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문규현 신부 파북 및 귀환 그리고 이 사건과 연루돼 문규현 신부를 비롯 사제 4명이 구속됨으로써 교회는 일련의 진통과 아픔을 겪고 있다.
그 아픔이 우리에게 크게 다가오는 이유는 최근 사태로 인해 교회 내에서조차 화해와 일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노정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혹자는 교회 내 불일치 요소는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언론의 왜곡 보도와 교회를 제대로 모르는 이들의 잘못된 판단 때문이라고 강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아픔의 깊이는 이러한 설명으로 간단히 해소될 수 없다는데 있을 것이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최근 우리교회의 술렁거림은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문규현 신부 파북에 대해 주교단이 「유감」의 뜻을 담은 담화문을 발표하자、곧이어 2백여 명에 달하는 사제들이 모여 문 신부를 파북 시킨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상임위원회 결정을 추인하는 절차를 밟음으로써 비롯되었다.
아무튼 이에 대해 교회 내에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이를 추인한 사제들이 일반의 우려와는 달리 주교단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 아니라、그 근본 취지는 동일하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에 우선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제들이 주교단 담화내용을 전면 부정하고 나섰을 때를 가정해본다면 분명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가 있다. 그러나 사제들의 명확한 입장표명에도 불구하고 주교단 담화문 발표에 이어 나온 사제들의 결정은 전면적으로 이해되기에는 계속해서 논란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이 시점에서 김수환 추기경의 지난 8월 29일 젊은이 성찬제 미사 강론내용은 교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포괄적으로 제시했다고 보여진다. 김 추기경의 강론은 젊은이들 앞에서 행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내용은 젊은이에게 국한되지 않고 있다.
강론의 요지는 통일문제를 비롯한 모든 현안 문제의 해결은 용서와 사랑을 바탕으로 한 「화해와 일치」의 정신에서 끌어내야 한다고 전제、 주로 통일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김 추기경의 강론내용은 표현상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주교단 담화문 내용과 일치할 뿐만 아니라 더욱 구체적으로 통일방법을 제시하고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통일의 염원이 강한 나머지 목숨을 걸고 휴전선을 넘어 남북을 넘나든다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 안에 화해와 용서와 사랑의 정신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김 추기경의 이 물음은 주교단 담화문이 지적한 「성급함」그리고 유감표명과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제 문제의 해결은 이른바 「공안정국」으로 일컬어지는 현 시국을 정부 당국이 작년에 천명한바 있는 7ㆍ7선언의 정신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는데서 비롯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조처야말로 우리 내부의 화해와 일치를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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