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역사를 판가름하는 4월 27일의 대통령선거도 좌우지간에 막은 내렸다. 안보논쟁과 정책대결은 막바지에 접어들자 인신공격으로 둔갑을 했고 치열한 인신공격끝에 선거의 막이 내리자 한쪽에서는 사상유례없는 민주적 선거였다고 하고 한편에서는 전면적인 부정을 하지 않으면 안될 타락선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선거가 부정이었든 아니었든 간에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사사건건이 극과 극을 이루고 상호보충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린 적들이 권력을 놓고 아옹다옹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는 그 원인이었다. 어린이 같이 순진한 소견일는지는 모르지만 설사 부정선거를 통한 패북라고 할지라도 선거의 결과를 깨끗이 인정하고 난 다음 더 고차적인 견해로 국민의 전망을 티게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고 반면에 아무리 공정한 선거를 치뤘다고 해도 이긴 자로서는 사상 최초의 공명선거…운운하는 태도를 즉시 표명하는 것은 눈에 거슬린다. 흔히 「페어ㆍ플레이」란 단어는 운동경게에서 신성불가침적인 최고이념이다. 「페어ㆍ플레이」의 가장 첩경은 뒷말을 하지 않는데에 있다.
부정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선거구에서 직접 경험하고 느껴본 유권자들만큼 소상이 알 사람이 없다. 사실과 내막을 속속들이 알고있는 사람들에게 전면부정이란 말도 어색하거니와 공명선거…운운은 더욱 가소로운 이야기로 들린다. 제발 큰 일을 치루고 난 후에 마치 자기들이 모든 결과의 공로자인양 자처하며 유권자들을 희롱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
민주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국민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결과가 엉뚱하게 나왔을때엔 부끄럽게 생각할줄도 안다. 그런데도 정당들은 각기 자기들만이 국민의 의사를 가장 양심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양 으시대고 있다. 주권의 소재자의 인격적 판단을 마음대로 남용할 수 있겠는가? 물론 자민들은 돈도 권력도 없기에 가장 무기력하게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인간적 권리마저 무시해 버릴 수는 없다. 정당은 국민 개개인의 인격에 뿌리박고 있는 주권의식을 도용하지 말기를 바란다. 또 한가지는 이번 선거를 통하여 나타난 지역감정에 따른 분열현상이다. 과학의 발달로 세계가 손바닥만하게 좁혀 들어가는 이때에 작은 국토안에서 감정이나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로 국가의 이익에 앞서 지연적인 이해관계를 따지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 아닐수 없다. 역사를 돌이켜 보건대 지연을 탈피하지 못하고 갈라져서 권력투쟁에 급급하다가 결국에는 일제의 치하에 들어가 버리고 만 쓰라린 과거를 우리는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삼 지역감정으로 인한 대립현상이 다시 고개를 들었으니 우리 민족의 역사에 또 하나의 검은 구름이 피어오른 느낌이 든다. 우리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민족의 감정을 초월하는 사랑의 정신으로 뭉쳐왔다. 우리는 결코 분열의 소용돌이속에 휩쓸려 들어가지 않아야 할것이다. 그리스도교의 찬란하고 유구한 역사를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역감정의 해소에 앞장서야 할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그리스도교회는 사회정의를 실현하는데 있어서 선거기와 같은 우열된 상태만을 이용하려는 기회주의적 입장을 취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밝혀두어야 하겠다.
진리는 영원한 것이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빛나는 것이다. 진리는 구현하는 사람들만 있으면 언제든지 그 찬란한 빛을 비춰줄 것이다. 진리의 힘과 그 가치를 우리는 믿고 있다. 따라서 시대와 환경에 구애받지 말고 정의는 외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평소에는 정의보다 실이에 집착되어 있다가 가장 효과적이고 결정적인 시기에 가서만 정의를 부르짖는다면 그 외침은 무기력할 뿐만 아니라 권력에 의해 저지를 당해도 할말이 없게 된다.
정의를 힘차게 부르짖고 생명을 바쳐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평소의 꾸준한 노력과 타협을 모르는 생의 고통을 통하여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덕행의 상아탑을 쌓아 나가야 한다.
『정말 잘 들어두시오. 당신들은 울며 슬퍼하겠지만. 세상은 기뻐할 것입니다. 당신들이 근심에 잠겨있어도 그 근심은 기쁨으로 변할 것입니다(요한16장20절)』라는 그리스도의 말씀이 가장 절실하게 느껴지는 때라고 하겠다.
인간의 역사는 진리와 부정, 정의와 불의의 싸움으로 점철된다. 그러나 역사는 항상 전자들에 승리의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이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우리는 역사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즉 영원속에서 그리스도의 제자로 자부할 수 있는 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것이다.
아직도 한번 더 선거가 남아있다. 좀 더 침착하고 좀 더 양심적이고 정의로운 자세로 임하도록 하자. 더 나아가 선거가 끝난 다음에라도 어느쪽으로 판단이 가든지 정의의 사도로서 우리의 모든 임무를 수행하며 권력에 아부하여 현실적 이해관계에만 애착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그리스도는 영원한 역사의 심판자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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