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 모퉁에 사람들이 삥 둘러 있었다. 무슨싸움이 벌어졌는지 부인의 날카로운 호령소리가 들려왔다. 발을 멈추고 군중속에 끼어들면서 옆에 있는 분인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았다.
『뻔한 일이죠 뭐. 그 마귀할매가 또 시비를 걸어서 그러는거죠…쯧쯧, 그러면서도 성당엘 다닌다고…』
정말 어처구니 없는 말이었다. 그 마귀할매라고 하는 노부인은 아주 열심(?)한 신자로서 매일 아침 미사에 참예하고, 꼬박꼬박 빠짐없이 영성체를 하는 사람이다. 본당 신부님도 그 할머니 말이라면 한몫을 단단히 주고 있는 처지이며 다른 신자들도 그 할머니를 경외(?)하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집안에서는 매일같이 싸움이며 동네에서도 하루가 멀다하고 시비를 일으키고 있다. 성당에 나가고 싶어도 그 할머니 때문에 못나가겠다고 농담 비슷한 진담을 여러번 들었다. 왜 그럴까? 그 할머니 말인즉 집안 식구들이 모두 열심하지 않아서 냉담(?)에 가까와 지고 있으니 어찌 힐책을 하지않을수 있겠으며 동네사람들이 하나같이 모두 악마들이니 어찌 시비를 하지 않을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言卽是也다. 그런데 다시한번 생각해보자. 옛날 톨스토이는『자기는 선하고 타인은 악하다고 생각하는 자는 가장 악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것도 옳은말이 아닌가. 남을 이해할줄 모르는 독선, 남을 자기의 척도로 규제하려는 독단…진정 이러한 것들은 가톨릭과는 인연이 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함정에 빠져있는지 모른다. 이것은 비단 평신자의 경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성직자나 수도자에게도 있다. (아니 성직자이기에 더 많이 빠지기 쉬운 함정일지도 모른다. )
그런데 그 할머니와는 대조적으로 성당에도 나가지 않고 그리스도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한 부인이 또 있는데 그 부인은 언제나 식구들과 화목하고 이웃들에 대해서는 다정하며 친절한 사람이다.
그 부인은 남을 악인이라고 생각해본 일도 없으며 마귀할매라는 별명이 붙은 분처럼 이웃집 쓰레기가 어떻게 잘못돼서 자기집 문앞에 굴어왔어도 시비를 거는 일 없이 묵묵히 그 쓰레기를 치운다. 그 부인에게는 언제 평화가 있는것 같이 보였다. 어느 편이 더 가톨릭적이냐?
본래 가톨릭이라는 뜻은 보편적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서 악이 아닌 것은 모두 가톨릭이라 해도 결코 망언은 아니다. 그런데 가톨릭이라고 말할때 어쩐지 엄격한 계율을 연상케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그것은 우리들 신자가 가톨릭이란 뜻을 잘 알지 못한데서 온것이 아닐까?가톨릭이란 사랑, 자유, 평화, 미소, 행복, 질서, 진보, 승리, 희망, 그리고 환희…이러한것 들의 총화이지 결코 중역적인 것이 아니다.
이러한 좋은 것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톨릭이다. 우리들 가톨릭 신자가 이러한 상태에서 살아갈때 가톨릭은 그 본래 지닌바 매력있는 모습으로써 세상을 비쳐주고 누룩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독선적인 것까지를 포함한 온갖 인간의 심정에 거슬리는 것들은 가톨릭이 아니다. 따라서 앞에서의 질문에 대한 답은 말할것도 없이 후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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