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친구집을 찾아갔을때 일이다. 오랜간만에 서로 만나 지나간 이야기를 하고있을 때 갑자기 밖에서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내 친구는 마시던 찻잔을 내동대이치듯 내려놓고는 한걸음에 밖으로 뛰어나갔다.
『아, 이 자식아 왜 집에서 놀지 밖에 나가 이렇게 넘어지니?』친구의 목소리는 거의 울부짖음에 가까왔다. 잠시후 어린아이를 안고 들어오면서 자기 부인에게 뭐라고 큰소리로 야단치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 부인도 역시 눈물섞인 목소리로 그 어린이를 달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정말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아이들이 밖에 나가 놀다가 넘어지는 수도 있지 얼마 다쳤길래 저러는가? 그런데 다쳤으면 병원으로 데리고 갈 일이지 왜 안고 들어오면서 저 야단일까?
잠시 후, 그 친구는 침통한 얼굴을 하고 들어와서 날더러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내가 어처구니 없어 말을 않고 있자 그는 변명 비슷하게 이렇게 말했다.
『자네는 내 마음을 모를 걸세. 병신자식을 가진 어버이는 언제나 이렇게 가슴 아파해야 하는 것일까?』
그 친구는 4남매를 거느린 가장인데 그 중 세째가 소아마비로 발을 절룩거린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이 넘어져서 다치더라도 그렇게 신경이 쓰여지지 않지만 그 불구아가 넘어지기만 하면 가슴이 터지도록 아프다는 것이다. 아아 가엾은 것, 저것이 몸이 성했더라면 저렇게 넘어지진 않았을텐데…하고 부모는 항상 그 불구아를 대할 때마다 스스로의 불찰을 책하며 다른 아이들보다 더 신경이 쓰이게 되는 것이리라.
이 세상의 어버이는 누구를 막론하고 자기 자식을 끔직히 사랑한다. 그래서 한문에서의 어버이 친(親)자는 그러한 마음의 표현을 하고있는 것 같다. 즉 자기 자식이 어디를 나갈때면 길 조심해라, 나쁜아이와 놀지 마라, 물에 빠질라, 하고 많은 주의를 해주지만, 그래도 그 자식이 못미더워 마당가의 나무(木)위에 올라서서(立) 길 떠난 자식의 모습이 보일 때까지 바라보(見)는 것이다.
이러한 사랑은 그 자식이 병들거나 다쳤을때 더욱 불타게 마련이다. 그런데 자식들은 너무나도 부모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을 탓하기 전에 우리들 인간들의 마음을 살펴보자.
하느님 야훼는『이 세상 어느 부모가 나보다 너희를 더 사랑하겠느냐?』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인간은…너무나도 너무나도 하느님의 사랑을 모른다. 아니, 모르는 것만이 아니라 배은막덩으로 대한다.
병든 내가 아닌가? 불구자인 내가 아닌가? 나는 왜 그런지 나도 모르게 그 친구와 함께 눈시울을 적시었다. 사랑에 대한 보답-그것은 사랑으로써 응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것이 되겠지만, 제1단계로, 내가 건강한 사람이 돼야 겠다는 것이었다. 마음도 몸도.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크나큰 기쁨을 가지고 인생을 마음껏 구가해야겠다. 그것이 하느님의 사랑에 보답하는 첫걸음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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