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다. 그런데 너희는 강도의 소굴을 만들었다』(루까19장45절) 이 말은 예수께서 성전에서 매매하는 상인들을 좇아내면서 한 말이다. 요한복음(2장19절)에는 예수께서 유대인들에게『이 성전을 허물라. 그러면 내가 사흘만에 다시 세우겠다』고 말했다고 씌어 있다. 이 말들은 과거 예수께서 살아 있을때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말이지 우리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본보는 768호에 성당건축이 빚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나열한바 있다. 우리는 이 문제점들을 검토하고 교회의 장래를 위해서 생각해야 할 몇가지 점을 제시코 한다. 아직도 교회 운영의 주도권이 성직자들에게만 의탁돼있는 현 한국교회에서는 성직자의 자질과 능력평가가 성당을 건축했나 안했나에 많이 달려있다. 이것은 비단 성직자 사회에서 뿐아니라 한국 신자들의 일반적인 인사고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기 때문에 어떤 성직자든지 성당건축 또는 재건축을 한번씩 시도해보게 되는 것이 아닐까? 물론 하느님을 공경하기 위해서는 기도의 집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성당을 건축하는 때와 장소는 적절히 가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성당을 무조건 짓기만 할 것이 아니라 언제어디에 지을까를 적절히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 장소를 선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나 우리는 이 선택을 위해서 몇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하는데 성당건축 전에 해야 할 일과 성당을 지으면서 또 성당건축 후에 해야 할 일을 구분해서 생각해보기로 한다.
성당건축 전
일개의 성당이 독립적으로 서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일개 성당은 전체중의 하나이다. 그렇다면 성당은 전체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있고 수행해야 할 사명이 있다. 일개 성당의 건축은 교구전체 사목계획에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물론 지금까지의 사례로 보아 교구장의 인가 없이 건축이 결정되는 일은 없지 만 사회가 점점 복잡화되어 가는 현대에 와서는 몇 사람의 의견만으로 성당건축을 결정한다는 것은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각 교구마다 건축가사회학자 도시계획전문가 신학자 등을 포함한 성당건축심의 위원회 같은 것이 설치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 전문가 중에 가장 중대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사람은 역시 건축가이다. 많은 성직자들이 성당건축의 경험을 가졌다고 하지만 한국성직자 중에 아직 한 사람의 건축가도 없고 다만 신부 한 분이 현재 외국에서 건축을 연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서 교회예술의 일분야인 건축예술이 발달되기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성당건축 사업은 교회의 사업중 가장 거대한 것이다. 실상 교회의 재정 대부분이 교회 건립에 씌어지고 있지 않는가? 조속한 건축가양성이 아쉽다. 성당 건축 전 둘째로 고려해야 할 것은 한 지역에 부임한 사제가 성당건축을 시도하기 전에 「산 돌로 구성된 교회」건축을 선행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신자는 몇명되지 않는데 거대한 금액을 들여 성당을 짓는다는 것은 사목활동 순위가 맞지 않는 것이다.「소도둑 맞고 외양간 고치는」격의 사목이 될 우려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사제의 사명은 신자를 불러모아 하느님께 바치는데 있을 것이고 성당의 필요성은 모인 신자들이 자연적으로 느끼지 않겠는가? 일개 성당은 어디까지나 그 지방 신자들의 것이라는 것을 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성당은 신자들을 위해서 신자들의 손으로 지어지는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비록 적은성당이라도 신자들에 의해서 지어진 성당은 그 지방 신자들의 애착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지방 신자들에 의해서 성당이 지어진다면 신자의 증가로 성당의 증축이 필요할 때 그들이 자신이 성당재건축을 기도하게 될 것이다. 무엇때문에 벌써부터 수백년 이유를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
성당을 지으면서
1개의 성당은 그 지방신자들의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지 간에 신자들의 참여가 절대로 필요하다고 본다. 사실 신자들은 벽돌 한장이라도 자기들 손으로 찍어 보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또 단번에 대규모의 성당을 짓는다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빠리」의「노트르담」대성당이 3백 년이나 걸려 완공되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좋은 교훈이 될성 싶다. 물론 그 시대와 현대와 의 경제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적어도 성당건축에 신중을 기하고 좀 더 장기적인 계획하에 성당건축들 추진해야 할것이다.
성당건축 후
지은 성당을 잘 보존해야 한다는 것은 재언의 필요도 없다. 그러나 한 본당이 활발하고 못한 것은 성당건물의 관리여부를 보고 짐작할 수 있다. 유리가 깨어져도 고치지 않고 지붕이 새도 방치해두고 벽이 갈라져도 수리를 않는 성당의 사제와 신자들은 벌써 공동체 자체에 금이간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 교회 내에 이러한 성당이 있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루빨리 대책을 모색하기 바란다. 그리고 현시대는 교회가 지역사회개발에 참여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성당은 기도의 집이라는 위신을 손색 치 않는 한도 내에서 지역사회 개발을 위해 사용될 수 있어야 할 줄 믿는다. 끝으로 현시대를 감안해서 제언하고 싶은 것은 보이는 교회건물 건축보다는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교회건립을 위해서 성당건축을 우선 몇 년 동안만이라도 삼가고 선교사업에 전력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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