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본당에서 열린 회합엔 그 회장님도 건강한 모습으로 참석하시어 좋은 발언을 해주셨다. 그리고 회식 시간에도 기분 좋게 얼근히 취하시도록 술을 마신 분이다.
그분이 갑자기 앓지도 않으시고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왔다. 죽음이란게 그렇게도 예측하지 못할 수수께끼인가 하는 의아심은 가끔 가졌지만 이번엔 더욱 절실한 느낌이다.
모범적인 회장님으로 그분은 누구보다도 교회를 위하여 많은 일을 하셨다. 노쇠로 인하여 사표를 제출했을 때 그곳의 공소 교우들이 이구동성으로 거절하며『돌아가실 때까지 회장으로 모시겠다. 』고 다짐한 것은 오로지 그 분으로부터 받은 인상이 너무나 짙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그곳 교우들은 모두 자기집에 초상을 당한 것처럼 슬퍼하고 있었다. 20여년간 공소를 이끌어 오시면서 너무나 공로가 크신 분이기 때문에 그들은 교회장으로 하자고 결의한 모양이다.
미사를 위하여 우리가 그곳에 도착한 조금 후에 상여가 나타났다. 그곳 부인들로 구성된「성모회」회원들이 모두 흰옷에 미사보를 쓰고 만장(만章)을 하나씩 든 채로 상여 앞에 행렬하는 모습은 더욱 엄숙해 보였다. 상여를 멘 사람들도 모두 교우여서 한 손으로는 예규책을 펼쳐 연도를 합송하고 있었다. 보기드문 모습들이었다.
장례미사가 있었고 이어 간단한 추도식이 있었다. 거의 공소교우들뿐으로 진행된 그 추도식은 한마디로 말하여 쓸쓸하기만 했었다. 『검붉은 피를 토하며 쓰러져가는 결핵환자는 이제 누구의 품안에 안겨 위안을 받아야 하며, 경기(驚氣)로 울부짓는 어린이를 감싸안고 도대체 누구의 질문을 두들겨야 옳단 말씀입니까…』
죽어가는 환자를 도맡아 찾아다니시고 의사도 없는 산골에서 침술을 익혀 많은 이의 병을(밤낮을 가리지 않고)고쳐 주시던 그분의 헌신적이 생활면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어서 모든 이의 가슴을 울게했다.
추도식이 끝나고 이제 그가 자기집처럼 보살피던 강당을 떠날 차례가 되었다.
상여꾼들은 마당을 빠져나가지 않고 엉뚱하게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천천한 걸음으로 강당을 한바퀴 돌아나오는게 아닌가. 그 곳을 떠나기 싫어하는 고인의 심정을 말해 주는듯-.
마당을 거의 다 나갈 때에도 또 한번 상여의 머리를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강당을 향하여 모든 상여꾼이 딸랑 종소리에 맞추어서 장궤를 하고 있었다. 강당을 향해 바치는 고인의 마지막 인사였다.
꼭 회장님이 겸손되이 제대를 향하여 장궤하시는 모습이어서 그 안쓰러운 정경에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웠다. 얼핏 천당에서 그 모습을 내려다보시고 계실 회장님의 웃는 얼굴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는 배우지 못한 시골의 평범한 인간이었다. 그리고 그의 상여를 메고 연도를 합송하며 장지로 향하는 모든 이들도 하나같이 순박하기만 한 시골 사람들이었다. 그 상여 뒤를 따르는 우리 역시 모두가 평범하기만 한 모습들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 힘찬 삶이 있었다. 죽음 이후의 영원한 세계를 잃지 않으려는 성실한 몸부림이 있었다. 맘속으로 몇 번인가 되뇌이었다. 『고인이여 주의 품안에 길이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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