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7과 5ㆍ25의 두차례의 선거는 끝났다. 선거의 과정에는 말도 많았다. 그러나 여하튼 앞으로의 4년간의 정치구조는 결정된 셈이다. 교회는 이번 선거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을 가졌고 또 신자들은 각기 양심이 명하는대로 투표권을 행사한줄로 안다. 특히 이번 선거기간중에 특기할만한 것은 김수환 추기경이 공명선거를 촉구하는 이례적인 성명서를 발표한 사건이다. 이 성명서에 대해서는 각자가 자기 나름대로의 이해관계를 아전인수격으로 판단 해석함으로 말미암아 약간의 왈가왈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교회가 현실 정치문제에 대해서 교회의 관심과 소신을 적극적으로 표명한 것은 아마 교회사상 처음있는 일인 것 같다. 과거에 교회는 사회현실에 대해 너무나 소극적이고 회피적인 태도를 취해온 것이 사실이고 또 이로 말미암아 사회로부터 우리 교회에 대한 현실참여의 소극성을 지탄받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김 추기경의 선거성명은 진실로 사회안의 교회를 역설하고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강조하는「바티깐」공의회정신의 구현이며 또 한국교회가 사회에 내디딘 커다란 첫걸음이었다고 할수있다. 이와같은 의미에서 이번 국회의원선거에서 당선된 선량들 특히 우리 교우의원들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을 아니 가질 수 없다.
8대 국회에 진출한 교우의원이 13명에 달한다고 전한다. 전체 2백4명의 6%에 해당하는 숫자로 그다지 적은 비율이라고는 할 수 없다. 허다한 수고와 분투의 결과로 당선된 교우선량 제위에게 먼저 축하의 말씀을 드리는 바이다. 그리고 동시에 현실정치 선상에 출각한 신자의원에게 교회로서 촉망하는바 크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교우 국회의원 제위는 20만을 대변하는 3천만의 국회의원인 동시에 80만 신자들의 대표자이기도하다. 다시 말해서 일반국민의 기대와 교회의 기대를 이중으로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는 일반적인 문제는 차치하고 우리 교회로서의 요구하는 바를 들고자한 다.
첫째로 교우선량제위는 개개인으로서 먼저 크리스챤, 특히 가톨릭신자의 입장을 잊지말아 달라는 것이다. 즉 정의와 평화와 사랑의 교회정신에 투철해야 한다는것이다.
이 세상은 부정과 부패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이 사회는 사랑이 없는 불신사회라고도 한다. 더욱이 이런 비판은 정계로 화살이 가는 수가 많다. 이런 세태안에서 교회는 세상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썩은 곳이 있기 때문에 소금이 필요하고 어두운 곳이 있기 때문에 빛이 요구되는 것이다. 모름지기 교우국회의원 제공은 썩었다고 소문난 정계에서 소금이 되고 또 의사당 안의 등불의 구실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만약에 가톨릭신자가 크리스챤답지 못하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신자의원 한사람의 잘하고 못하는 것이 바로 국가 전체에 영향을 주는것 이상으로 교회에 대한 영광도 되고 치욕도 되는 것이다. 과거의 예를 보더라도 어떤 몇 의원의 발언이나 행동으로 말미암아『가톨릭신자로서 어찌 저럴수 있는가?』하는 지탄의 소리가 교회 내외에 펼쳐졌다는 사실을 우리는 회상하지 않을 수 없다. 의원제공의 일거일언은 항상 국민과 교우들의 기대와 관심속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가톨릭정치인인 이상에는 무엇인가 어딘가 비크리스챤 정치인과 좋게 다른점이 나타나야 되겠다. 그리스도의 정신을 체득하지 못한 정치인과 조금도 나은면이 없거나 도리어 그보다도 더 못한 점이 있기라도 한다면 이는 교회에 대해 공헌보다는 상처를 주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개개인의원제위의 크리스챤적 정치활동에 지대한 기대를 거는 바이다.
둘째로는 교우의원 제위가 여당과 야당의 구별없이 같은 신자의 입장에서 서로 협력하여 대화의 행동의 공동광장을 마련할 것을 부탁하고자 한다. 비단 가톨릭신자 뿐만 아니라 프로테스탄트신자들까지도 서로 합하여 크리스챤정치인들의 협의체제같은 것을 형성하는것이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서구 기독교 국가에서는 크리스챤 정당까지 있어서 정치사회에 그리스도정신을 구현하는데 힘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적어도 국회안에서만이라도 그리스도를 신봉하는 정치인들이 서로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하는 풍토를 조성하여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다. 특별히 사회정의와 윤리가치관 문제에 있어서는 여야의 정당을 초월하여 크리스챤 정신의 현실화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이 있기를 촉망해 마지 않는다.
끝으로 교우국회의원과 교회 당국과의 협력관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의원들과 교회당국과의 대화가 부단히 이루어져야하겠다. 과거의 경우를 보건대 어떤 의례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별로 긴밀한 대화의 기회를 가져본 적이 적은 것 같았다. 앞으로는 개별적이거나 공동적이거나를 막론하고 자주 대화하는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 요청된다. 이럼으로써 교회로서의 정계에 대한 요망이 그들을 통하여 구현될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고 또 정치인들의 행동규범이 교회의 거울에서 다시 한번 투사해보는 기회도 될것이다. 뿐만아니라 교회는 신자의원들의 정치활동에 대하여 끊임없는 격려를 보내야하겠고 또 때로는 귀에 거슬리는 충고도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 나아가서는 교회 당국자뿐만 아니라 일반신자들도 항상 교우 정치인들의 역할에 대해 커다란 관심을 갖고 성원과 격려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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