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님, 봉헌의 기도가 끝난 다음에 미사에 참예해도 미사의 은혜를 다 받을수 있을 수 있을까?』
신품을 받기 직전에 어떤 신자로부터 받은 질문이다. 내가 아는 한도내에서 이런쿵 저러쿵 적당히 얼버무려 주기는 했지만 그후부터 어쩐지 그질문이 뇌리를 스칠때마다 나는 말할 수 없이 슬퍼지곤 한다.
물론 그 사람과의 대화가 반드시 슬픔을 동반할 이유는 없었다. 그 질문을 할때의 태도는 진지 했고 미사의 효과와 자신의 행동에 대한 비교와 반성이 너무나도 적나라 했기 때문에 그 신자의 얼굴 표정은 어린 천사의 표정이 었다. 질문을 받던 나의 상태도 아무런 악의도 구김살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날이 갈수록 당시의 분국기는 나를 슬프게 만드는 독약로 변해가고 있다. 웬일일까?
어떤 현자가 말하기를 『기쁨은 임기응변만으로도 살 찌울 수 있고 슬픔은 원인치료를 해야 퇴치할 수 있다』고 했다.
아무리 살펴봐도 그 질문자와 나와의 인간관계나 당시의 환경에서는 슬픔의 원인이 없었기에 더욱 괴로운 것인지도 모른다. 진지한 신앙인의 태도와 순진하기만 했던 사제 지망생 간의 만남에서 슬픔이 되살아나는 것일까 ?
사제생활 6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그 원인을 어렴풋이 나마 짐작할수 있을 것 같다.
미사를 집전할 때마다 체험을 하기 때문이다. 미사를 집전해보면 시작전부터 잠잠히 마음의 준비를 하는 신자가 있는가 하면 강론이 지난후에 용케도 시간을 맞추어 오는 신자도 있고 영성체 후에 들어와서 마지막 강복으로 만족하는 신자도 눈에 보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위와 같은 신자의 부류는 거의 일정한 사람들로 구분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신자의 형태를 미사에 참예하는 방식(?)에 따라 쉽게 구별해낼수 있다는 것이다.
『봉헌기도 후에 미사의 은혜…운운』한 질문이 우연한 사건이 아니었다는 비약이 가능해지기에 그 질문을 다시 한번 분석해 봐야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르고 그런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슬퍼지는 모양이다.
모든 피조물은 각기 창조의 의의(존재의의)와 목적이 있다. 그 의의와 목적을 충분히 살릴 수 없는 형태로 상처를 받았다면 불구라는 말은 그 뜻 자체부터 비극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일생은 그 일거일동이 모두 인류의 구원에 연결되는 적극적인 행위였고 따라서 일거일동에 따라 하느님 은혜가 흘러 넘쳤다. 우리가 그리스도 신자라는 그 사실은 우리가 그리스도의 일생의 가치를 인정하고 온전한 자유로 그리스도의 모방을 선택한 것이며 그리스도를 선택한 우리의 결의는 인격적이고도 독자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다. 그리스도를 따르려는 굳센 의지와 법망대신에 적극적인 구원의 길을 가려는 노력은 우리의 날개이다.
날개를 펴고 창을 나를때 우리는 절대의 자유와 행복을 맛 볼 수 있는 것이다. 하루 빨리 매사를 법질에서 맞추는라 눈치를 보며 스스로를 각하시키는 노예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하겠다.
잘 모르긴 하지만 신자들의 교육과정에서 교회가 법망위주의 독선적 방법을 써온 데에도 그 책임이 있지 않을까? 상상의 귀추가 나를 향한 화살로 되돌아올 때 슬픔은 극에 달하여 전을을 느끼게한다. 날개없는 천사의 공포에 찬 눈동자는 어느새 원망의 화살로 변해버린다
▲이번호부터는 대구대교구 계산본당 보좌로 계시는 박웅근(요셉) 신부님께서 본란을 위해 수고하시게 됩니다. (편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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