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초년생으로서의 첫걸음마는 시작되었다. 뭔가 막연한 대학생활은 내가 순응할 수 있는 인간이란 것을 가르쳐준다. 변화된 생활에 덤벙덤벙 헤어나는 도중에 시작된 기숙사내의 피정. 우리 선입의 형식주의를 타파하고 지성인들이 먼저 행동하자고 주제를 내거신 신부님의 강연에 난 정말 뿌듯한 감동을 느꼈다.
그렇다, 우리 세대는 재래의 형식답습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우리손으로 개척해야 하는 것이다.
저 황무지의 들을 캐내고 또 언덕이 있으면 깎고 그렇게 생활하는 것만이 지성인의 갈 길이 아닌가 한다.
미사예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왜 성체를 두쪽으로 내며 우리는 왜 성체를 못 만지는가 하는 등이 이유를 하나도 모르는체 그냥 10여년을 성체를 영한 사람이 비단 나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린 소견으로 그것은 일종의 신비를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내 나름의 결론에 만족했었던 나는 피정을 통하여 미사예정의 진의를 앎으로 더욱 그리스도의 고통과 희열에 가까이 갈 수 있었다고 자부한다.
강의실의 책상이 그대로 제난이 되고 앉은 채로 하기 시작한 미사는 그냥 책에 씌어진 대로의 예절이 아니고 하나하나 설명을 붙여 납득이 가게 시작되었다. 그렇게 행하여 지는 미사는 고등학교때까지 드리던 미사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부각되어 왔다.
그렇게 철없던 때는 어떤 의무감에 의해서 일요일마다 찾는 다만 습관화된 구경일 뿐이었다. 그저 사제가 행하는 예절을 뒤에서 지켜보고 또 입에 익숙한 몇마디 말로 지껄이면 그것으로 미사는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오늘 엄청난 착오 속에 살고 있었던 나를 알고는 소스라쳐 놀랐다. 그냥 맹목적으로 사제가 드리는 미사에 참예를 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도 사제와 같은 마음으로 주께 미사를 드려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순수한 마음으로 우리의 전부를 몽땅 천주께 바치는 그런 모습으로 말이다. 여기서도 물론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로 없지만 난 모든 이들이 다 참으로 미사들 이해하고 또 천주께 가까운 사람이 되기 위하여 피정기간 中의 미사가 전국적으로 실시되길 빌었다. 참으로 자그마한 바램이지만 언제가는 실시될 가능성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 가장 감명깊었던 공동 참회예정에서 나는 이런 기쁨에까지 이끌어주신 부모님과 신부님이 하내 기억속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드렸다.
우리는 다같이 죄인임을 자각하자는 신부님 말씀에 이어 아름다운 음악을 조용히 깔고 개별참회가 있었다.
너무나 숙연한 분위기에 흡수되어 버린 자신을 돌아본다.
『나는 신과 인간 앞에 죄인입니다. 』라는 말한마디로 족하다는 것이다. 아주 간단한 말이지만 이 말보다 더 무서운 말이 어디 있겠는가 ?
신과 인간의 죄.
어느 누구도 감히 부정할 수 없는 위압감. 이 세상의 모든 죄는 이 말에 집약될수 있을 것이다.
객지에 나와서 소홀해지기 쉬운 신앙 생활에 악셀을 밟은 이 한마디를 끝까지 사랑하기로 했다.
지금 부산까지 가는 열차의 속도에도 밖의 어느것 하나 제대로 볼 수 없는데 나의 열차는 훨씬 더 빠르리라는 것을 알고는 당황하지만 항상 기구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살도록 노력하면서 찬란한 미래를 살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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