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시골본당에 한 방문객이 찾아왔다. 성당 입구에는 온갖 묘목, 화초들이 탐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그 밭에서 한 농부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농부에게 본당 신부 계신 곳을 물었다. 방문객은 농부의 인도로 사제관으로 안내되었다. 사제관에서 본당 신부를 찾아온 뜻을 말하고 면담을 요청했다. 그때 농부는 온 얼굴에 흥건히 젖은땀을 씻으며『아! 그러세요. 제가 바로 본당 신부입니다. 』고 신분을 밝혔다. ▲순간 방문객은 놀랐다. 평소 그 신부가 농촌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들었어도 이처럼 농민들의 생활을 직접 체험하고 있을줄은 몰랐던 것이다. 험한 일도 거칠대로 거칠어진 손마디, 햇볕에 그을은 구리빛 얼굴, 흙투성이의 작업복 어느모로 보나 전형적인 농민 바로 그대로다. 방문객은 가슴깊이 우러나오는 감동을 억제치 못해 로사제의 거친손을 덥썩 움켜잡았다. ▲일반적으로 요즘 농촌본당엔 전교가 잘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 농민과의 대화도 잘되지 않는다고 한다. 일을 할려도 우선 돈이 없으니 아무런 활동도 할 수 없고 따라서 농촌사제들은 의욕상실증에 걸려 부임 당시의 화려했던 계획들이 잊은지 오래라고들 한다. 오늘날 농촌본당은 너무나도 많은 문제들을 안고있어 농촌문제 해결은 아예 희망조차 없는 것이라고 체념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농촌문제의 해결이 어렵다고 체념하기 전에 우선 이 노사제의 사목자세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농민들과 한 시골에 같이 산다고 농민들의 생활을 이해한다고는 할수 없다. 굶주리는 농민들의 배고픈 서러움, 힘있는 자들에게 수탈당하기만 하는 농민들의 뼈아픈 괴로움을 이해할수 있는 사제야말로 진정 농민들의 목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농민들과 같이 웃고 울수있는 숭고한 희생정신을 목자가 보여줄때 어진 양들은 따라 오게마련이다. ▲이제 농촌의 일손이 한창 바빠졌다. 고양이 손도 빌린다는 농번기가 시작된 것이다. 주일미사 조차 참예 못하는 농민들도 허다하다. 농민들이 일에 쫓겨 성당을 못찾는다면 목자가 양들을 찾아 들로 나가야겠다. 농민들이 제일 바쁜철에 교회는 제일 조용한 때가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두렁에서 또는 개천가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는 성가가 드높히 울려 퍼질때 우리 농촌교회의 앞날은 밝아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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