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어난 일련의 방북사건으로 적지 않은 사람들을 구속케하고 정치권을 이른바 「공안정국」으로 경색케 한 법제도적 장치는 바로 「국가보안법」이었다.
문익환 목사ㆍ서경원 의원ㆍ임수경씨ㆍ문규현 신부와 이들과 관련된 사람들은 대부분 국가보안법상 「금품수수」「잠입ㆍ탈출」「찬양ㆍ고무」등의 혐의로 구속되었으며 김수환 추기경과 함세웅 신부 등도 이 법의 「불고지죄」에 의해 조사를 받았던 것이다.
작년 말과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민정당을 비롯 야3당은 각기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등 5공청산과 악법개폐의 선상에서 개폐작업을 추진하는 등 한때 의욕을 보였으나 소위 「청문회 열기」에 휘말려 악법개폐 작업이 흐지부지되던 중 문익환목사 방북사건이 터지자 정부 여당은 방향을 우향으로 급선회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서경원 의원 밀입북사건으로 큰 타격을 받은 평민당을 비롯、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등 교회일각과 재야 법조계 및 여러 단체들은 국가보안법의 무분별한 적용은 구시대의 유물인 냉전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것이며 노태우 대통령의 7ㆍ7선언 정신에도 정면 위배된다며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특히 사제단은 시국기도회 개최와 병행에서 국가보안법철폐 서명운동을 광범위하게 벌이고 있다.
반면ㆍ7ㆍ7선언 이후부터 대북한 창구 단일화를 주장、관철시켜온 민정당과 정부측은 민간인과 제단체의 대북한 개별접촉은 북한에 이용만 당할 뿐 북한 자체가 민주화되지 않는 한 통일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공안정국을 강화시키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탄생한 것은 1948년 12월이었다. 여순 반란사건을 계기로 반공주의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제정된 이 법은 북한에 대한 지지、동조는 말할 것도 없고 반미ㆍ반정부적 정치 언론 활동이나 개인적인 언행까지도 처벌하는 이른바「체제유지의 친위대」역학을 담당해왔던 것이다. 49년 한 해만 해도 12만 명이 이 법에 의해 검거됐다.
그 후 이 법은 1958년 이승만 정권에 의해 야당의원들이 감금된 상태에서 크게 개악됐다. 이 법은 4ㆍ19혁명으로 잠시 개선되었으나 제2공화국은 「불고지죄」를 신설하고 이외 「반공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박정희 정권 때도 이를 보강 시행해오다 80년 전두환 정권에 이르러서는 「국가보위입법회의」를 통해 반공법을 보안법에 흡수하는 형식으로 국가보안법을 강화했다.
이 법이 오늘날 총전문(全文)24조에 불과한 문제의 법인 것이다.
이 법의 주요 조문을 보면「반국가단체」「목적수행」「자진지원 금품수수」「잠입탈출」「찬양고무」「회합 통신」「편의제공」「불고지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5공화국 시대만도 이 법에 의해 2천2백32명이나 구속되었으며、6공화국 들어 작년 12월21일 사면복권이래 현재까지 8개월 동안 1백70여명이 구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안법 폐지론자들은 먼저 이 법이 7ㆍ7선언에 정면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7ㆍ7선언은 남북 상호 인정과 협력、그리고 각계인사 교류추진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는데、만약 이를 관철시킨다면 ▲상호 왕래 교류는 국가보안법상 탈출 잠입 죄에、▲교역 통상은 국가보안법상 금품 수수ㆍ편의제공 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7ㆍ7선언에 정면위배
최근 잇달아 발생한 방북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이 정부의 7ㆍ7선언 후속조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정의구현 사제단은 지난 8월4일 노 대통령에게 보안법 폐지 용의와 7ㆍ7선언 허구성 여부를 묻는 공개 질의서를 보낸 바 있다.
이와 함께 사제단은 「국가보안법은 철폐되어야 합니다」라는 소책자를 통해 『북한의 존재를 정식으로 인정하는 7ㆍ4남북공동성명이나 7ㆍ7선언의 정신에 비추어 볼 때、북한을 「반국가 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현국가보안법은 폐지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등 재야 법조계에서도 보안법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민변의 박원순 변호사는 『국가보안법은 법률이론에 비추어 위헌이거나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며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도 적절치 못한 것 같다』며『기존의 형법과 형사특별법으로 얼마든지 처벌 가능하므로 보안법 자체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안법은 절차상 하자있어
안동일 변호사도 『80년 당시、헌법에도 없는 「국보위」에서 보안법이 개정되었으므로 보안법은 절차상 정당성을 상실한 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공안정국에 발맞추어 정부입장을 지지하는 여론도 강하다. 이들은 섣부른 방법허용이나 보안법폐지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세력들에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서울지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좌익분자가 1만 명에 이르며 그 동조자는 10~20만에 이르는 것으로 안다』며 『보안법을 폐지하면 이들의 발호가 염려되므로 북한이 무력남침 야욕을 버리고 진정한 평화통일을 원할 때까지 폐지하기는 곤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검찰은 최근 보안법 피의자에 대한 구속기간의 추가연장과 변호인 접견제한을 내용으로 하는 보안법 개정안에 내놓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평민당과 민주당이 국가보안법 폐지대신 형법보강안을 내놓고 있는데 반해 공화당은 지난 4월 악법개폐에 야3당이 공조하기로 한 이래 현재까지 관망상태이며 민정당은 연초 내놓은 개정안을 철회했다.
연초 민정당은 법은 존속시키되 △반국가단체의 범위를 북한과 조총련으로 국한시키고 △찬양 고무 등의 행위는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목적」이 있어야 처벌할 수 있다는 등의 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민정당 개정안 철회
그러나 민정당은 최근 밀입북사건이 터지자 이를 철회한 것이다. 지난 7월 17일 박준규 대표위원은 『북한이 일부 인사를 밀입국시키는 등 대남 적화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앞으로 1~2년간 보안법을 개정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자유민주주의수호」나 「좌경용공세력 척결」등 국가보안법 유지의 대의명분에도 나름대로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과거 유신시대나 5공 시대 또는 최근의 적용사례가 보여주듯 정권반대세력을 탄압하는데도 적지 않게 악용됐다는 점과 민정당 자신이 개정의 필요성을 느꼈던 만큼 이 시점에서 보안법 폐지 또는 개정에 관한 국민여론의 다각적인 수렴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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