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할아버지께서는 6ㆍ25때 총탄소리로 인해 귀가 먹어버리셨단다. 학식도 높으신 분이라며 옆에 앉은 딸이 귀뜸을 해준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7시간을 달려 여수에 도착했다. 연락도 없이 친정집에 들이닥치니 가족들은 깜짝 놀라 의아해 했다.
어머니는 대뜸 『아니 눈이 아팠냐?』『웬 마스크냐?』하시며 놀라셨다. 『며칠간 꿈자리가 뒤숭숭하더니 너희들 싸웠구나』하시며 걱정하셨다. 어머니에게 대강 말씀을 드린 후 복받치는 설움을 참으며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아버지는 나를 나무라시며 남편 원성을 들었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제가 무슨 남자복이 많다고 시아버지 남편 모시기도 벅찬데 나그네인 시아주버님까지 모셔야 합니까? 그것도 산모인 몸으로 제 한 몸 지탱하기도 힘든데 하혈까지 하면서 … 』『음식을 차리면 위로는커녕 투정은 말아야죠. 게다가 둘째도 딸이라고 시어른들께서는 수근수근이고 덩달아 아빠라는 사람까지 갓난아이가 잠만 자도 「병원 데려가 봐」조금만 심하게 울어도 「병원 데려가 봐」합니다. 이상이 있는 애라며 … 그러나 비정상은 애가 아니고 어른들입니다. 고생하며 낳은 아이 이왕이면 아들 놓고 싶지 않을까만 인력으로 할 수 없는 것이 「출생」이고「죽음」인데 난들 어쩌란 말입니까?』하고 통곡했다.
제9처:세 번째 쓰러지다.
남편은 부녀(父女)라는 이유로、핏줄이라는 핑계로 얼토당토않게 파출부에게 맡기는 한이 있어도 딸아이 둘을 다 데리고 가겠다고 생트집을 부려 나를 괴롭혔다. 정신적 고통은 육체적인 고통과는 비교할 수 없이 힘들었다. 그런데 결국은 남편이 온 것이다. 내 친정집으로…
의기양양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번에는 시무룩한 모습이었다.
『밖으로 나가지』
『어디로?』
『경양식 집으로 가지』
저녁을 먹었는데도 레스토랑으로 가자고 하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를 이용하려는 것임이 틀림없었다. 우리는 일부러 조용한곳을 택하여 맥주와 멕시칸 사라다를 주문했다.
내가 먼저 말을 꺼내자 그자 눈물을 흘렸다.
고우니가 보고 싶어 미칠 것 같더라며 … 흐느끼고 있는 남편에게 나는 악랄하게 이런 말을 했다.
『피차 좋은 사람이 생기도록 노력합시다. 당신에게 새 여자가 나타나면 기꺼이 아이들을 돌려주겠어요. 나도 사내아이를 둔 홀아비한테 재혼을 하려고 해요』
제10처: 악당들이 나를 모욕하다.
큰 시누이 댁 조카가 친구를 데리고 나를 찾아왔다. 대뜸「고우니」를 데려가고 싶단다. 고우니는 예쁘니까 키워주고、아리따운은 갓난아이니 귀찮단 말인가! 억지로 돌려보냈건만 다시금 시외전화를 해왔다. 고우니 아빠가 허락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큰 고모 댁으로 고우니를 보냈다. 단 며칠만 묵게 하는 조건으로 …
그러나 딸은 겨우 하룻밤을 지내고 엄마 품에 되돌아오고 말았다. 그 뒤부터는 고모 댁이 순천이라는 것을 알고 순천이라는 말조차 싫단다. 나는 딸에게 또 하나의 상처를 더해준 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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