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은 이렇다 할 열매 맺는 것도 없는데, 시간은 숨도 쉬지 않고 지나가 초조한 마음뿐이다. 그래도 올해는 삶의 부분 중 작은 위안이 되는 게 있다. 맹인 선교회의 점자 녹음교육과정 수료증과 성서대학수료증을 받은 일이다.
모두 신부님께 받은 것이라 어떤 다른 것보다 귀하게 여기고 싶다. 약 2달가량 주일마다 맹인을 위한 점자 녹음을 배우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그것을 통해 주님께서는 지금까지 잘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신비함과 주님의 은혜를 깨닫게 해주셨다.
자기의 빵을 해결하기도 바쁜 현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예수님의 삶을 닮아야하는 우리 신자들은 당연히 봉사를 해야겠지만 말이 쉽지 봉사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 나이롱 신자인 나는 주일미사만 참석하고『주님 죄송해요. 조금만 더 있다가 할게요』이렇게 봉사활동을 뒤로 미루기만 했다.
부끄럽지만 약간의 봉사(점자찍기)를 하면서 자기의 생을 모두 던져 주님 일을 하는 사람들이나, 본당에서 봉사하시는 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하는 마음과 존경심이 저절로 우러나왔다. 그리고 나보다 나이어린 학생들의 봉사를 보며, 우리 교회의 반짝이는 아기별이라 느껴졌다.
본당에서 성서대학이 개설되어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시간관계상 성서를 자세히 살펴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성서의 각 부문의 전체적 흐름을 공부할 수 있었다. 직장 일을 마치고 피곤해서 졸면서 듣기도 했지만, 더위 못지않게 수강생들의 열기도 대단했었다.
준비가 충실한 강사분들의 강의도 재미있었고 유익했다
학문의 발전도 눈부시게 빠른 것처럼 성서연구도 대단히 진보 했다는 것을 느꼈다
성서연구는 우리의 영원한 과제일 것이다. 나는 그동안 문학과 철학에서 너무 헤맨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느님의 목소리 보다 인간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인 것이다. 가톨릭 신자의 기본의무로서 영어 단어 외우듯 꼼꼼하게 살펴보고 하느님 말씀에 젖어야겠다.
가장 이해가 안 되는 요한 묵시록을 더 공부해야겠고 구약시대의 관습이나 생활상에 관계된 책이나 교회사, 우리 교회헌장과 신학에 관한 논문 등을 펼쳐봐야겠다는 의욕이 생긴다. 이번 성서대학 강의는 올바른 신앙생활을 위한 경이로운 충격을 나에게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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