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8시간을 달려온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시는 신부님과 기쁨의 만남이 이루어진 시간은 밤10시였다.
신부님의 안내로 녹동성당에 들려 잠시 쉰 후 전세배로 어두운 밤바다를 가로질러 금지도에 도착하니 금산공소의 형제님이 마중을 나왔다. 트럭의 바닥에 앉아 덜컹거리는 와중에도 자매님들의 노래소리는 즐겁기만 했다.
20명 정도 되는 공소교우 중 5~6명의 교우들이 밥을 해놓고 성전을 환하게 밝혀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녹동교우들의 피땀과 몇몇 은인들의 도움으로 지난 4월에 완공된 성전에서 공소의 발전과 죄인들의 회개를 위한 철야기도 후 그곳 자매님의 공소살림의 어려움을 들었을 때에는 돕기 못하는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상경시간 때문에 공소에서 미사참례를 못하고, 녹동으로 돌아와 부산에서 밤새 달려온 네 분과 함께 미사참례를 했다. 적은 예물로 사제관 건립에 도움을 드린 우리 한형제회를 위한 생미사는 감격적이었다. 주일 대미사인데도 복사도 없이 미사를 봉헌하시는 신부님의 모습은 매우 거룩해 보였다.
멀리 멕시코에서 이곳 벽지까지 오셔서 사제관도 없이 사무실에서 임시 기거하시는 신부님의 피곤한 모습에서 우리 회원들은 눈시울을 적시며 뭔가 크게 잘못되어 있지 않나 생각해 보았다.
막걸리집에서 드리던 미사를 어엿한 성전에서 드릴 수 있도록 4~5년을 전국으로 구걸 다니시던 신부님 앞에는 빈터가 된 사제관 자리뿐이다. 우리 한 형제회가 도움을 드리는 다른 성당의 형편도 다 어렵다. 불우이웃돕기나 전교비는커녕 신부ㆍ수녀님들의 생활비조차 부족한 형편들이다.
농민들이 쌀이 없어 굶는다고 하니, 고기를 먹으면 될 것 아니냐 하던 무지한 정치인도 있었다. 농촌교회의 형편이 어려워 신부ㆍ수녀님 생활비조차 부족하다고 하면 교구에서 도와주면 될 것 아니냐는 무지한 도시교우들도 있다. 회원가입을 권할 때마다 거절을 당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교구의 재원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가? 타교신자와 비신자들도 우리 한 형제회의 회원으로서 매달 정성을 보낸다. 그 정성이 금산공소에 몇 장의 벽돌이 되어 성전을 이루었으며 다른 곳에선 수녀님의 생활비에 충당이 되고 신부님 사목에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
농촌교회와 나눔실천을 하는 우리 한 형제회의 회원이 전국으로 2백70명이나 되도록 축복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정성된 기도를 드린다. 회원이 1만 명도 넘게 해주시어 많은 농촌교회와 한 형제적 사랑을 나누어 많은 농촌교회와 한 형제회가 사랑을 나누게 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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