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의 권유로 몇 년 전부터 자주 증권회사엘 다니게 됐다.
언젠가 오전쯤 D증권 회사에 가니 손님이 드문드문 앉아있었다. 요즈음은 경기가 나빠 객장에 손님이 적다고 한다.
숫자판에 황색ㆍ파랑ㆍ초록의 불빛이 스칠 때마다 숫자가 달라진다. 3~4일 동안 파란불이 더 많이 켜지고 수자는 아래로 내려가고 담배연기는 위로 올라만 갔다. 손님과 증권회사 직원들의 얼굴엔 그늘이 깔리고 객장 안은 조용하기만 했다.
어느 날, 40대 부인 몇 명이 내 앞에 앉았다. 그들은 성당의 어떤 모임의 단원인 것 같았다. 밑으로만 내려가는 숫자판을 한 참 보다가 그 중 한명이 가방을 열고서 무엇을 찾아들더니 커다랗게 성호경을 긋고 묵주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때 옆에 앉은 부인 2명이『 저것봐 주가가 올라가라고 기도하고 있다』면서 의미 있는 미소를 주고받았다.
내가 생각하기엔 시간의 여유도 있고 해서 평소 습관대로 그랬으리라 본다.
그러나 자기의 주식 값이 하락하고 있는데 제대로 기도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생각대로 끝을 맺지 못하고 몇 번 숫자판을 따라 움직이더니 함께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 다음날 조용한 객장 안에서 나의 뒷머리를 뜨끔하게 하는 지위가 좀 높은 듯한 직원의 들으라는 듯한 큰소리가 들렸다. 『할무이요 걱정말고 마음 푹 놓고 기다리소. 올라가거든 팔아 주께요. 성당에 가서 성모님께 묵주기도나 열심히 하시소』하는 전화통화 내용을 들었다. 옆의 아저씨가 피씩 웃었다.
아마 그 할머니도 증권회사를 오갈 때 묵주기도를 열심히 하셨을 것이다.
우리가 언제 어디서나 기도한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나의 기도가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며, 직ㆍ간접으로 전교의 표양을 부상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때와 장소를 구별할 줄 알아야겠다.
기도란 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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