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부터 주일학교 교사를 무척 하고 싶어 벼르고만 있다가 대학 합격발표 후에 담당수녀님을 찾아가고 싶었지만 교리에 워낙 자신이 없던 터라 선뜻 나서질 못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조심스레 찾아가자 수녀님은 매우 기뻐하시며 내 두 손을 꼭 잡고는 『괜찮아요. 하느님께서 도와 주실거예요』라고 말씀하셨다.
그리하여 나는 초등부 2학년을 맡게 되었는데, 우리 본당은 신설되어 아직 가건물상태이고 올해 처음으로 주일학교를 열게 되었다. 여러 가지 시설의 미비와 교사의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난생 처음으로 「선생님」이란 호칭을 듣게 되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격이 느껴짐과 동시에 이제부터 내가 맡은 사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하는 생각에, 조금도 아이들을 소홀히 대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경험도 전혀 없는 내가 칠판도 제대로 없는 좁은 교실에서 개구장이들을 맡아 수업을 하려니 여간 힘들지 않았다.
비가 무척 오던 어느 날 목이 쉬어가며 열심히 교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 녀석이 큰소리로 외치는 것이었다. 『선생님, 천장에서 비가 떨어져요』
그 순가는 나는 웃음이 나왔고 진정 아이들에게 가르쳐야할 것은 딱딱한 활자가 아니라 우리에게 포근한 빗줄기로 내려오시는 하느님임을 느꼈다. 저 먼 하늘나라에 계시는 하느님보다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 계시는 그분을 발견할 수 있도록 말이다.
정말 아이들의 솔직하고 순수한 모습들 속에서 나는 가르치기 보다는 더 많은 것을 배우며 그 속에서 하느님을 만난다. 비록 아무런 물질적 보상도 없고 많은 인내와 희생이 따르지만 나는 주일학교 교사인 것을 무엇보다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문득 「교사의 기도」중 마지막 부분이 생각난다.
『주여, 마지막으로 내가 받을 최대의 보상은 여기에서가 아니라 저 세상에서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소서. 이 땅위에서 당신을 빛낸 공로로 내가 가르친 학생들과 함께 나는 천국에서 별처럼 빛나리라는 것을 알게 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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