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새면 악대부로가 열심히 악기를 불며 나날이 안정된 마음속에 살아가던 나는 이곳 생활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또 많은 좋은 사람도 알게되었습니다.
한 방에 있던 박흥직이란 사람, 이분은 가정도 좋고 하지만 반항의식 속에서 살아 전과3범이란 따지가 붙은 사람인데 나는 이분을 많이 따랐습니다. 우락부락한 성격에 인정이 많은 이분은 나를 동생같이 생각하고 많은 경제적 도움도 주었습니다.
이분은 출옥해서 참되게 같이 살아보자고 했습니다. 만기는 나보다 4개월가량 늦는데 그동안 참고 견디면 자기가 나와서 같이 공장이라도 다니자고 했습니다.
그분의 성의와 또 항상 떨어지지 말고 친형제처럼 살자던 언약을 나는 지금도 잊지않고 있으며 이분에게서는 남을 옹호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지도(교도관 보좌) 반장으로 지내던 박홍섭씨 이분 역시 나를 아껴주시던 분 중 한분으로 매우 박력있는 분이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삼국지의 조조같이 머리를 쓰고 모든 지도자들의 심중을 파악해서 어려운 일도 착착해내는 비상한 처세술의 소유자였습니다.
이분에게서 나는 박력있고 굳은 처세술을 배우려 했지만 성격이 내성적인 나는 무척 힘들었지만 앞으로도 잊지 않고 배우려고 노력합니다.
다음은 양제공으로 계시된 조용호라는 분 비록 소년수부터 지금까지 쌍무기(무기형이 두번)를 받은 분이지만 하루 이틀 희망을 잃고 사시며 또근 20년을 좁은지역에서 살지만 남을 도우며 힘차게 살아가는 분인데 이분에게서는 희망을 배웠습니다.
또 악대부에서 같이있던 정덕수라는 분 이 분은 5년을 받아 드럼을 치는분인데 사회에서 직업적으로 드럼을 치는 드럼맨입니다. 성격은 좋은편이 아니지만 노는시간에도 스택기를 손에 쥐고 항상 더 배우겠다는 투지력 이것은 정말 존경할만한 것이었습니다.
이분을 생각해서 나도 쉬지 않는 노력으로 열심히 인생을 헤엄쳐나갈 것을 마음속 깊이 다짐합니다.
그리고 또 항상 재미있는 유모어 스토리로 방안 분위기를 즐겁게 조절하던 27세의 홍덕의라는 분 이 분은 자기가 손해를 보더라도 남을 즐겁게해주는 아량을 갖고 있는것으로 정말 재치있고 재미있는 분, 그 분을 볼 때 마다 나도 저 성격을 갖고 싶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그렇게 안되는게 유감스러웠습니다. 소년원부터 객지생활에 교도소 7번인 그에게 내가 다음은 어디 입니가? 하고 물으면「양로원」하고 웃으며 대답하는 그분, 지금은 모살롱에서 트럼본을 불고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기수 박길수라는 분 이 분은 정말 영원히 잊지못할 분입니다. 언제나 조용한 시간이면 내게 참된 삶을 가르쳐 주신분 그분은 언제나 이런말을 했습니다. 순간적인 감정에 살지말고 큰강의 흐름에서 나를 찾으라고 그 말 속에서 나는 괴로움도 참을수 있었습니다.
끝으로 인간이 만들어놓은 사형대의 이슬로 사라진 아니 아무런 반항없이 주님곁으로 간 장경화라는 사형수 이분은 마지막 善과 惡의 차이점을 내게 가르쳐 주신 분으로 비록 크나큰 죄를 짓고 교수대로 갔지만 항상 회개하고 주님 곁으로 가겠다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던 분 그 분은 나보다 불행했지만 행복하다고 하는 신앙의 원리를 속으로 느꼈을 것입니다.
이런 모든 교도소생활 속에 나의 1년6개월의 영어생활은 지나가고 집행유예 6개월15일을 합쳐 2년2개월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어릴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것을 배웠고 또 느끼고 체험한 나의 정신상태는 이로 인해 많이 개조 되었습니다.
만기방에 들어가는날 모든 사람들은 나가서 착실하게 살라고 했습니다. 특히 무기수인 길수형은 내게 또 하나의 교훈을 주었습니다. 즉 남을 의지말고 자기 힘으로 살며 다시는 이안에서 만나지 말자고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내일이면 사회에 나가는 날입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큰 집의 누나 즉 나와 나이가 같은 순렬누나에게서 편지가 왔습니다. 2장의 글속에는 옛날의 모든 감정을 버리고 하루 바삐 따뜻한 가정으로 돌아오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고향 큰집을 떠난지 벌써 8년, 지치고 쓰러지면서 성장해온 나 악몽속에서 몸부림치던 지난날의 쓰라림을 출옥을 앞둔 이날밤 나는 모두 잊기로 했습니다.
서산의 틈새로 태양은 오색의 화원을 그리며 내일을 약속하고 떨어져가고 이윽고 달이 떠올랐습니다. 달은 속이 반쯤 파먹히고 반쪽만 깜박깜빡 졸고있는 별틈에 끼여 있었습니다. 그 달빛속에서 동생들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어릴때 어머님, 동생들과 함께 달을 바라보며 반달노래를 부르던 생각 그 은도끼로 찍어내고 금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 집을 지어 불행속에서 불쌍하게 사는 동생들을 데레다 영원히 천년만년 행복하게 살고 싶었습니다.
또한 내일을 기약하고 서산 넘어로 간 태양이 찬란히 우리 가족을 비춰줄 때 그때가 어서 내게로 와주기를 마음속에 그리며 2년2개월만에 이 영어의 지역을 떠나는 나는 밤새 저 달속의 어머님 얼굴을 생각하며 재기의 희망을 다짐하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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