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끼리 흔히 이런 이야기를 해본다『자네가 만일 지위가 높아지거나 갑부가 된다면 그때도 지금처럼 나를 가까이 대해주겠나?』고. 친구대답이『내가 비록 아무리 지위가 높아지고 부자가 된다 해도 자네와의 우정이 변할 수야 있겠나』고 장담한다. 이것은 서로가 마찬가지 생각이다. 그러나 친구는 높아지고 나는 지금 처지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때 내 쪽에서 먼저 어색한 기분이 들고 가까이 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데 의견이 일치한다. 하여간 서로의 신분과 경제력에 큰 차이가 나면 자연 만날기회가 적어질 것이고 따라서 차츰 정도 멀어질 것이다. ▲정이란 자주 만나고 또 쉽게 만날 수 있는데서 생기는 법이다. 아무리 가깝던 사이라도 오래 떨어져있으면 잊어버리게 마련이고 생판 낯선사람끼리도 이웃에 살며 조석으로 만나면 정이 드는 법이다. 그래서「이웃사촌」이란 말도 생긴 것이 아닐까? ▲세상에 누구보다 가까워야하고 또 사실상 가까운 사이가 사제와 신자와의 관계일 것이다. 신자는 사제없이 충분한 신앙생활을 영위할 수 없으며 사제는 신자가 없다면 그 존재가치를 잃게 되는 것이다. 사제와 신자는 조석으로 만나고 적어도 한주일에 한번씩은 꼭 만난다. 그리고 필요할 때는 언제나 서로가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사제와 신자는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인 것이다. ▲그런데 가끔 사제와 신자간에 거리가 생길 때가 있다. 그 원인은 항상 양편에 다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사제직이 어디까지나 봉사직임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신자는 사제를 령신의 아버지로 받들어 섬기고 존경하는 미풍이 아직도 존속하고 있음을 잊지말아주었으면 한다.▲개중에는 그릇된 생각을 가지고 예의바르지 못한 행동을 하는 신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신자들 때문에 사제의 태도가 달라질 수는 없다. 동양명언에『내 자신은 이러저러한 경우에 예의를 갖추고 경우가 바른데 그는 무례하고 경우가 바르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자기의 가능성을 표준삼아 남의 미흡한 것을 탓하지 마라. 그러한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자기보다 얕은 사람에게 너그럽지 못한 것이다. 현명하고 도량있는 사람은 결코 자기를 표준삼아 남을 심판하지 않는다』고 했다. ▲새로 서품된 새 사제들의 탄생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축하해 마지 않는다. 아울러 언제나 한결같이 신자들을 아끼고 사랑하도록 부탁하고 싶다. 신자들에게 외면당하는 사제는 무가치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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