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우리나라 안에 각종 신풍운동의 바람이 일고있다. 정계에서 사법계에서 교육계에서 또한 경제계에서 제각기 자기 나름대로의 정화운동을 일으키고 있다. 왜 이와같은 운동의 새 바람이 불기 시작했을까? 그 이유는 명백하다. 사회를 정화하자는 것은 바로 그 사회가 부정하다는데 근거를 둔 것이다. 오늘날 우리사회가 얼마나 부정한가에 대해서는 일일이 그 사례를 들어가면서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누구나가 이 사회의 부정부패를 거침없이 개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번 총선거때만 해도 부정부패가 커다란 정점의 하나로 등장했던 것을 상기하면 족할것이다. 우리사회의 부정부패는 정계나 관계는 물론이고 경제계 교육계 문화계할 것 없이 모든 부면에 걸쳐 만연되었고 그 증상은 골수에 박혀서 여간한 방법으로는 치유되기 어려운 상태에 놓여있다.
그 부패의 형태를 진단할 때에 여러가지 유형으로 분석할 수 있겠으나 여기서는 단순하게 관찰해서 물질적인 부패와 정신적인 부패의 두 분야로 나누어 보고자 한다. 그러나 이 두가지는 서로가 관련되어 있어서 분명히 갈라놓기는 어려우나 대체로 또 편의상 그렇게 분리해서 고찰해 보려는 것이다. 첫째는 물질만능사상으로서 돈이면 만사가 다되고 돈이 아이면 아무것도 안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돈을 얻기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않고 어떠한 부정부패라도 거리낌 없어 해치우는 세상이 되었다. 다음은 인간의 가치 내지 존엄성이나 논리관에 있어서 일정한 기준이 없고 정신적인 모든 것을 경시 내지는 물질시하는 사조가 일어나고 기성세대와 새 세대의 사상적 단결은 사회질서의 부조화를 초래하고 특히 성의 자유니 해방이니 하는 등의 풍조는 가정의 파괴와 사회의 불안을 가져오고 있다. 전자를 물질적 부패라고 한다면 후자는 정신적 부패에 속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 아래서 방금 각계각층에서 정화니 정풍이니 하는 국민운동이 과연 외형적인 것이 아니고 실속있는 효과적인 것이 될 것인가 또 그것이 일시적인 지나가는 바람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실천으로 문자 그대로의 국민운동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저으기 염려되는바 없지 않다. 그것은 과거의 이런 따위의 모든 운동이 거의가 형식에 그치고 일시적인 물거품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러한 흥건속에서 종교계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아니 크리스챤인 가톨릭은 어떻게 할것인가? 앞에서 언급한바 있는 한심스런 사실은 종교계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것일까 또 우리 크리스챤은 世皆濁我獨淸의 위치를 지켜왔는가? 이 질문에 대해 누구도 자신있게 그렇다고 답변할 수 없을 것 같다.
원래 사회의 부패는 그 원인이 여러군데 있다. 정치ㆍ경제ㆍ기타 각 방면에서 종합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모든 원인을 막지 못했거나 제거하지 못한 것은 근본적으로 종교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어떤 종교를 막론하고 종교는 이 세상에서 인류의 부패를 막고 없애는 것을 그 본질적 사명으로 하고있는 것이다. 특히 그리스도는 스스로를 진리요 길이요 생명이라고 선포하셨다. 무릇 진리와 길에 바르지 않음이 없을것이고 생명에 썩음이 없을것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메시지를 신봉하는 크리스챤은 근원적으로 부정과 부패를 대적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는 그 제자들에게 세상의 소금이 되고 빛이 되고 누룩이 되라고 명하셨다.
이것은 곧 세상의 썩은곳과 부정한 어두운 구석에 소금과 빛이 되어 그것이 전체에 확산되는 누룩의 역할을 하라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께서는 그 당시에 이미 있는 부정부패와 장차 반드시 있을 부정부패를 통찰하시고 우리 크리스챤에게 사회정화의 위대한 사명을 부과하신 것이다. 인간은 원조의 천주배반의 부패로부터 이 세상은 부패를 배태하였다. 그러므로 인류사회에 죄와 죽음이 들어온 것과 마찬가지로 부정과 부패는 인류역사와 함게 병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세상의 부패가 있기 때문에 종교의 존재가 필요하게 된다고도 역설적으로 말할 수 있다.
병자에게 의사가 필요한 것처럼 썩은 곳이 있어야 소금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만약에 종교가 그와 같은 방부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싱거워진 소금이 되어있다면 이 세상에 종교의 설 땅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면 오늘날 과연 우리크리스챤, 그 중에도 우리 가톨릭은 온 천하가 다 통탄하고 있는 이 사회의 부정부패속에서 얼마만큼 소금과 빛 역할을 하고있는가? 우리 종교인들이 언필칭 종교계의 사회정화를 부르짖고있는 것을 많이 듣고있다. 그리하여 그들은 이 사회의 모든 불정은 마치 종교인 이외의 모든 다른 사람들의 죄과로 돌리고 오직 종교는 그와관계없는 초연한 입장을 스스로 취하면서 제3자의 자리에서 사회를 꾸짖고 설교하는 태도로 하는 것을 흔히 볼수 있다. 그러나 세상의 소금이 되라는 지상 사명을 받은 우리 크리스챤은 모든 사회의 부패에 대해 다른 사람을 탓하기 이전에 먼저 우리 자신의 탓으로 가슴을 쳐야겠다.
그리고 우리는 타자를 정화하라고 훈계하기에 앞서서 우리가 먼저 자기정화에 착수해야 하겠다. 모든 성직자나 평신도들이 다같이 자체정화운동의 신풍을 일으킬 때가 다가왔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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