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전 어느 국제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석했던 교수 한분을 만났더니 이런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분은 직책상 해마다 서너번씩 해외여행을 해왔는데 지난번 국제회의때도 10여 명의 한국대표와 함께 출국했었다. 그런데 회의개최국 공항에 도착하여 인원점검을 해보니 이미 5ㆍ6명은 어디론가 증발해버렸고 개회식을 마치자 단 2명만이 회의장에 남았더란다. 한국에서 제일 많이 참석한 사실(?)을 알고있는 외국대표들이 회의장에서 한국대표들을 찾을 때마다『지금 딴 방에서 준비회합을 하고있다』고 궁색한 임기응변으로 얼버무리기도 했단다. ▲얼마나 창피스러웠겠는가. 그분은 지난번 국제회의 내용이 대단히 충실하여 개발도상국의 편집이나 기업인에게 도움이될 사항이 많았다면서 좋은 기회를 또 한번 놓쳐버렸다고 무척 아쉬워했다. 귀중한 외화를 들여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세계 각국 대표들과의 폭넓은 대화를 통해 형제적 우애를 돈독히 할뿐아니라 선진제국의 우수한 이론과 합리적인 실무를 배워 우리의 현실에 적용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을터이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 ▲좀 다르긴 하지만 교회내에도 이와 비슷한 악순환이 계속되는 일면이있다. 국제적인 액션단체에 가입하기 위해서 머리만으로 된『전국 무슨 연합회』『한국 무슨 협의회』에서 이 같은 현상을 엿볼수 있다. 특히 전국 지성인단체 연합회는 그 표본이라 하겠다. 이 연합회는 그 창립 초기에는 명분을 살리기 위해 실속없는 행사 (기껏해야 정기총회)를 1년에 한번정도 떠벌여왔으나 지금은 그 존재 유무조차 희미해졌고. 그 사무처(?)는 외국여행 부로커로 탈바꿈해버린 느낌이다. ▲본보 7월 25일자 3면「빡스로마나 총회」기사를 보니 미국대표로는 어느 외국주재 대사가 참석한 모양이다 전 세계 가톨릭 지성인의 모임이니 그만한 중량급 지성인이 참석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는 국가를 대표하고 그 나라의 지성을 대표하지 않는가. 한국대표가 그 자리에 참석했다면 그는 한국을 대표하고 한국 가톨릭 지성인을 대표해야 한다. 그는 그 회의가 제시한 문제와 배경뿐만아니라 그 회의 전체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본국의 지성인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대표가『…추기경께서 내손을 잡고 한국교회에 기대를 건다고 말씀하시더라』『…수도회에서 1년에 2ㆍ3백불 보내주기로 약속했다』는 보고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것이다. 한국의 젊은 가톨릭 지성인 중에는 교수도 많고 박사도 적지 않을터인데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은보다 금이 좋아서 그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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