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벨 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렸다. 남편이 부탁하고 간 그 여자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내심 짐작하고 있던 터라 여동생이라고 시치미를 떼고 남편 있는 곳을 알려주고는 넘겨집기로 그가 누구인지 알려고 애썼다. 남편도「친구부인」한테서 전화가 올 거라고 거짓말을 했었다. 밤 12시가 되어 돌아온 남편은 그 여자를 만나러 간다고 했다. 도무지 맺고 끊는 맛이 없다. 아침에 남편 말을 듣고 대강 눈치를 채고는 성모님께 열심히 기도를 드렸었다.『성모님, 제게도 백합같이 더없이 깨끗한 추억의 사람이 있습니다. 손짓하면 금방 달려올 수도 있습니다. 결혼을 하면 어찌 두 지아비를 섬길 수 있겠습니까. 부디 지금의 제 남편이 사리분별을 잘 할 수 있도록 해주시고, 빨리 발걸음을 집으로 향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 후로 남편은 내가 얘기를 않았는데도 성모님의 도우심을 의식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해 세례를 받고(결혼은 관면혼배를 했었다)두 아들도 유아세례를 받았다. 그 고향여자는 끈질기게 전화를 걸더니만 제 풀에 꺾였는지 잠잠해졌다. 어느 남편이고 아내이고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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