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2년~1226년에 이태리의 아씨시에서 살았던 프란치스꼬 성인의 정신과 그분의 행동이 나를 사로잡는다.
하루는 성인께서 숲속을 혼자 거닐고 계셨다. 그때 성령의 역사하심에 도취되어 흥얼거리는 소리를 내며 좋으신 하느님을 찬미하는데 갑자기 산도둑들이 나타났다. 성인을 위협하면서『너는 누구야』고 소리쳤다. 그들의 물음에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나는 위대한 왕의 사자다』라고 대답했다. 그들은 화가 치밀어 성인을 때리고『거기에 누워 있거라. 이 하느님의 시골뜨기 사자야』하면서 눈 덮인 구렁텅이에 져버렸다.
그리고 그들이 가버린 후 그곳에서 나온 성인은 그들을 미워하거나 원망하기는커녕 더 큰 기쁨에 넘쳐 세상만물을 좋게 창조하시고 잘 섭리하시는 사랑의 주님을 찬미하는 소리가 적막한 숲에 메아리쳤다.
참으로 그랬을까 싶을 정도로 여유가 있고, 바보스러우며 놀랄만한 성인의 행동은 회두의 생활이 시작된 그 다음의 일이었다. 즉 『프란치스꼬야! 너에게 잘해줄 수 있는 사람이 주인이겠느냐? 종이겠느냐? 종보다 주인이 더 잘해줄 수 있다면 너는 왜 주인인 하느님보다 종인 세상 물정에 더 신경을 쓰느냐?』는 말씀과 『네 집으로 돌아가라, 네가 할 바를 알려주겠다』는 하느님의 말씀을 들었을 때이다.
너무나 당연하고 지당한 하느님의 말씀에 머리가 숙여진 성인은 세상 돌아가는 형편으로 보아 기사로 봉사하는 것을 정의로 알고 전쟁터로 가려던 길을 바꾸었다. 사회생활의 수련장이요, 안식처요, 대기처인 자기가정으로 주님 뜻에 순종의 정신으로 말고삐를 들렸으니 이것이 곧 회두의 생활이었다.
순종의 정신으로 집에 온 성인은 병고로 눕게 되었으나 그것은 말씀 자체이신 예수님의 강의를 듣는 피정기간 이었다. 성령께서 성인을 인도하신 것이었다. 빈 마음(자기중심이 아닌 하느님 중심의 삶, 회두의 삶)은 성령께서 채워주시기에 병고로 보이는 그 속에는 괴로움과 절망이 아닌, 자신의 존재와 하느님의 사랑을 알아볼 수 있는 희망찬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하느님은 한분이신 아버지요 우리들은 형제들이라는 것, 또 세상만물은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만인의 공유물이기에 서로 서로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은 하느님의 영광과 다른 형제들의 구원에 도구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 등이었다.
이런 믿음에 근거하여 다른 사람보다는 자기에게 은총을 더 주심으로, 유명하고 부유하고 건강하며 더 인기 있게 되기를 바라면 마음이 완전히 바뀌었다.
다시 말하면 예외 없이 모든 사람의 구원을 바라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채워드리기 위하여 타인들의 잘못에 대새 용서를 청하고 대속하며 희생으로 다른 사람들의 주님 은총을 더 많이 받도록 주님의 자비를 청했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옛말과는 정반대로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그렇게도 뼈저리게 바라셨다.
이처럼 성숙한 믿음과, 다함께 구원되고자 하는 바람이 생각이나 말로 끝난 것이 아니다. 그것을 행동으로 실천해 사랑을 증거하였기 때문에 모든 것에서 해방된 참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으셨다. 거침없이 『위대한 왕의 사자다』란 말이 나왔으며 삶에 이유와 목적을 알게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복음 삼덕인 신ㆍ망ㆍ애덕의 모범을 보여주신 그분께는 무서운 것 부러운 것이 일절 없었다. 근심걱정이 없었으며 원망과 불평불만이 없을뿐더러 언제나 여유 있는 삶만이 계속되었다.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아주 다른 주의 평화』(요한 14, 27참조)를 누리셨기에 「평화의 사도」란 칭호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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