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 입법을 둘러싼 찬반론이 계속되고 있다. 찬ㆍ반은 대체로 원론(原論)은 찬성하지만 각론(各論)에서 정부원안을 반대하거나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민정당이 1가구1주택에 대해서는 토지상한제를 적용하지 말자는 입장을 내세우려다 국민여론과 야당의 거센 반발에 즉시 이를 철회하는가 하면 평민당은 거의 정부안대로 관철시키는데 당력을 집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가하면 민주당은 정부안보다 다소 완화된 입법을 주장하고 있고 공화당은 원칙론은 찬성하지만 각론에는 독소조항이 많아 대폭적인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또 재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연합은 택지소유상한제를 정부가 제시한 6대도시에 국한하지 말고 전국적으로 확대실시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가톨릭교회에서는 아직 주교회의나 정평위 등의 교회공식기구를 통한 입장표명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원안을 변질시키지 말고 토지공개념제가 입법화돼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반면 전경련(全經聯)이나 재벌기업 등은 공식적인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있으나 각종 로비활동을 통해 토지개념의 입법 자체를 반대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해 숨 가쁜 노력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토지공개념의 입법문제를 놓고 정부와 국회、정당간、이권단체나 사회단체들간 입장과 견해를 달리하고 있는 것은 자신들을 포함한 「가진 자」와「못가진 자」간의 기득권문제와 어느 편에서는 것이 진정으로 국민과 국가경제를 위하는 것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모두가 한결같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면서도 구체안에 들어가면 의견이 좁혀지지 못하고 자기 나름대로의 실리(實利)를 내세움으로써 「公約」이「空約」으로 끝나버린 사례를 우리는 숱하게 경험해보고 있다. 그런 탓으로 이번의 토지공개념도 「空槪念」으로 흐지부지 되지나 않을까하는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6공화국이 정권의 운명을 걸고서라도 토지관련 법안의 입법화를 가을국회에서 관철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데 대해 우선 뜨거운 환영과 지지를 보내고 싶다. 특히 과거의 경험상 그리고 현재 여소야대의 국회판도에 비추어 마땅히 국회가 앞장서 입안ㆍ입법해야할 사안을 정부가 주도권을 잡고 강행하겠다는 결의는 국민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게 될 것이 확실시된다.
제2의 토지혁명으로 불릴 만큼 혁신적이고 대다수 국민의 호응 속에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토지 공개념제 도입의 정당성은 지난 79년과 85년 두 차례에 걸쳐 토지개발공사가 실시한 「토지에 관한 국민의식조사」결과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당시 결과는 전체 국민의 75%정도가 찬성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제도의 입법화가 촉진된 것은 최근 망국병(亡國病)으로 일컬어지는 부동산투기를 기존 법이나 제도로서는 도저히 근절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줄 안다.
뿐만 아니라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지가(地價)상승은 부의 편중 및 부익부 빈익빈을 가속화시켜 계층간 위화감과 불화를 증폭시키는 결과를 빚었다.
실례로 75년도와 지난해를 비교해 볼 때 국민소득은 3.1배 늘어났으나 같은 기간 중 도매물가는 3.7배 집값은 4.7배 오른 반면 땅값은 8.4배나 올랐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누구든 토지나 부동산에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팽배해지게 되었고 매월 급료를 받아 적은 돈을 저축해 집 한 칸 마련하려는 서민들에게는 실망과 좌절만을 안겨주게 됐다. 가진 자가 더욱 많이 차지하려 혈안이 되다보니 못가진자들은「못 가진 것」자체가 무능으로 인식되고 정당한 인간적ㆍ인격적 대우마저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바로 오늘의 우리현실이 아닌가싶다.
곧 무노동으로 인한 무능이야 개인의 탓으로 돌린다 해도 근면하고 성실히 일해 온 사람들이 제도적인 모순이나 결함으로 인해 사람대접을 옳게 못 받고 노동과 저축의 대가를 보장 받을 수 없는 사회라면 거기에 진정한 정의나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자본주의체제하에서 토지공개념의 확대실시로 헌법이 보장하는 사유재산권과 시장경제원리가 침해 내지는 마찰을 집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많은 줄 안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도 우리의 현실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현실을 무시한 체제는 국민의 공감을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주지하는 것처럼 우리의 국토는 66.2%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22.6%는 농경지이며 나머지12.2%의 토지 중 공장ㆍ공공용을 빼고 나면 가용지는1.8%(1천8백54km)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쓸 수없는 땅 가운데 상위5%가 65.2%를 독점하고 있고 하위 40%의 몫은 고작 1%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자유시장경제 원칙상 수요에 따라 공급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토지만은 수요대로 공급될 수 없다는데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수인의 토지과다점유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부작용과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함으로써 대다수 국민에게 희망과 자부심을 되찾게 하고 국가경제도 활성화시키려는 시도는 어떠한 당리당략이나 이해관계에 의해서도 굴절되거나 손상을 입어서는 안될 줄 안다.
여기에는 「가진 자」들의 이해와 관용이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철저한 배려도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교회는『사유재산을 공동선에 반대해서 남용하는 일이 없도록 예방하는 것은 국가당국의 책임』임을 확인하면서 동시에 재화의 공동목적법칙에 입각、재산 소유자체가『탐욕과 중대한 혼란』으로 빠지지 않도록 계도해야 할 윤리적 책임이 있음을 깨달아야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토지공개념 입법화에 대한 교회 공식기구의 입장표명이 기대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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