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내외가「로스안젤스」에 들른 것은 지난 2월 그곳에 지진이 있기 바로 전이었다. 거기서는 경우 J형(외환은행 지점장)의 호의로 호텔에서 안 묵고 그대에서 닷새를 지냈다. 그래서 구경도 마음 턱 놓고 잘했지만 마침 주일이 끼어서 한인교회엘 안내받아 익경에서 우리 교형자매들과 실로 반갑게 맞났다.
한인교회라지만 우리들의 단독성당이 있는 것이 아니라「싸우스웨몬트」라는 거리에 있는 「성아녜스」성당의 일정한 시간을 빌려서 거기 보좌신부로 계신 이 라우렌시오 신부의 집전으로 우리 교우들이 미사참예를 하고 그 끝에는 소강당에서「티타임」을 가져 친목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갔을 때 그날 모인 우리 교우수는 7ㆍ80명. 그러나「로스안젤스」에 사는 전체 우리 교우수는 200명이 넘는단다.
딴 나라속에서 우리의 신부와 교우끼리 미사를 올리며 우리말의 경문과 기도를 바치는 그 감명도 크려니와 미사끝에 그토록 한꺼번에 많은 동포 더욱이 교우들을 만나 서로의 인사와 소식을 나눌때의 기쁨은 그것을 체념하지 않은 사람은 모를 정도다.
이날 나는 다과회석상에서 변변치 못하나 이야기를 하게되었는데 거기 교우들이 얼마나 우리 이야기에 굶주렸던지 나를 점심에 끌고가서는 또 이야기를 시키고 그것도 미흡하여 또 다시 재청 나는 결국 이날 세번 강연을 한 셈이 되었다.
흔히들 노래나 춤은 재청ㆍ삼청이 있다지만 강연을 같은 청중에게 연달아 세번이나 곱빼기로 하기는 생전 처음이요. 나 같은 눌변에게는 이것은 일종의 봉변이었으나 당하면서도 흥그럽기 짝이 없었다.
특히 이날 인상에 남는 것은 그들의 회합 모습이었는데 교우들 서로가 구인이나 구직의 의뢰도 하고 새로 이주해온 교우들을 위하여 성당에 오는 차편을 서로들 제공하겠다고 자원해나서는 흐뭇한 광경이었다. 이러한 교우들의 단합과 단락은 지지난해엔 한인 가톨릭협회 주최로 「앰버사더호텔」에서「한국의 밤」을 가졌는가 하면 당지한국인 기독교연합 운동대회에서 매해 우승을 하는 즐거움도 맛보게 하였다.
오늘의 이러한 성세를 있게 하고 또 이를 인도하고 있는 분은 이 라우렌시오 신부님으로서 그는 전에 서울 명동본당 주임으로 계시다가 건축을 공부하러 1968년 이곳에 오셔서 대학성당에서 우리 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나는 이 신부와는 소시동학으로 그날 저녁은 이 역시 그날 만난 건축가 안유학씨댁에 초대되어 오랜만에 회포의 정을 풀 수가 있었다. 나의 외국여행에는 「로스안젤스」처럼 두근한 추억은 좀체 없을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