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신자들이 평소 미사성제를 어떻게 받아드리고 있는가에 대한 조사결과가 본보 9월 17일자 1면에 소개된바 있다. 이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31.3%가 미사를 「하느님께 드리는 제사」로、15.9%가 「감사와 찬미」로、그리고 11.7%가 「하느님과 안간 간의 친교잔치」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사에 대한 이 같은 이해는 자연히 미사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쳐 전체응답자의 65.1%가 미사는 흥겹고 신나는 분위기보다는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가 좋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 조사는 제44차 서울 세계 성체대회 신심분과위원회가 10월21일 개최할 「한국교회의 성체성사」심포지엄의 기초자료 마련을 위해 전국14개교구 3천6백 명의 신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2천7백66명이 응답한 것이라고 한다.
신자들이 미사성체 자체에 대해 이해를 달리하고 있는 것은 결코 잘못됐다거나 무슨 오류가 있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 문제는 어디에다 더 비중을 두고 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응답자들이 영성체를 통해 느끼는 것은 개인주의적이고 실천이 없는 신심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져 이번 세계성체대회의 근본취지와 비교해볼 때 적지 않은 문젯거리로 지적되고 있다.
즉 응답자들이 영성체로 느끼는 마음가짐은「하느님과의 일치」가 38.2%로 가장 높고 다음이 「마음의 평화와 위안」으로 17% 그리고 「이웃을 위해 생명의 양식이 되려는 결심」은 14.8%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율은 곧 전체 응답자의 55.1%가 영성체를 자기 개인의 삶에만 국한시키고 있다는 풀이를 해볼 수 있다. 물론성체를 모시는 행위가 하느님과 일치하고 마음의 평화나 위안을 얻기 위해 이루어지는 그 자체로서는 어떤 잘못이나 하자가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영성체를 통해 성체의 근본 의미와 그 요구를 깨닫고 실천하려는 의지나 결심이 저조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역설적으로 말해서 이번 세계성체대회가 지금과 꼭 같이 개인적인 성체신심을 북돋우고 고양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구태여 많은 돈과 수고를 들여가면서 애써 치를 필요가 있겠는가하는 점이다. 그런 목적이라면 현재 각 성당에서 신자들이 미사참례하고 영성체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성체대회를 치르면서까지 우리 교회가 달성하려는 목표는 개인적 신심의 차원을 초월하려는 것임은 분명하다할 것이다. 곧 성체의 존재목적을 실제로 구현하고자하는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것은 성체처럼 이웃을 위해 쪼개어지고 나누어지며 양식으로 먹히는 삶을 상것인가를 결심하고 실천하기 위한 것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영성체를 통해 「이웃을 위해 생명의 양식이 되려는 결심」을 하는 사람이 14.8%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신자들이 성체의 본뜻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하겠다.
이와 함께 미사성제를 제사로만 인식하는 숫자가 31.3%, 감사와 찬미로만 이해하는 사람이 15.9%로 전체의 47.2%가 제사와 잔치로서의 미사성제를 올바르게 인사하는 일도 중요하리라 여겨진다.
다시 말하면 신앙생활의 핵심이며 중추인 미사성제와 성체께 대한 바른 인식이 선행돼야 다음 단계의 행동이 가능하리라 본다. 따라서 이번 세계성체대회는 신자들이 최소한 성체를 제대로 이해하는 교육과 체험의 계기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램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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