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등(街燈)이 줄지어선 강변4로의 질주(疾走)를 머릿속에 그리며 한시간도 더 이렇게 앉아있었다.
차가 있다면 한없이 내어달리고 싶다.
사람이란, 혼자의 내부속에서도 쉴사이 없는 충동이 일어와서 저절로 해일(海溢)의 범람이 오고 가슴속이 수북한 포만으로 답답한 몇날을 보내다가 그 다음 불시의 간조(干潮)로 어처구니도 업는 허탈을 맞기도 한다.
뜻밖의 총상(銃傷)을 입고 선혈이 내어뿜는 상처를 움켜잡은채 아무데서나 맥없이 쓰러지는 불가피의 상해(傷害).
어디라도 가고 싶다는 불같은 욕구가 분별없는 가출을 빚어내기도한 다. 충동과 욕구의 눈먼 파도. 되어지는 대로 기슭을 덮치는 물의 무지각을 차라리 부러워한다.
이성(理性)은 기르기 어려운 약초(藥草)라면 충동은 제멋대로 솟아나는 야생의 잡초이다.
귀뚜라미 소리가 들린다. 가을의 첫 고비여서 날마다 벌레소리가 더 요란해진다. 밤이면 꼭 지척에서 울어대는것 같다. 귀뚜라미와 쓰르라미들은 밤에 울기 위해서 낮에는 저물도록 잠을 자는 겔까.
쓰던 굴을 저어 버린다 테마가 이것이어선 안되겠다는 회의가 글위 진행을 멈춰버리게 한다.
주제(主題)의 궁핍, 이것이 작가의 가장 큰 약점이다. 나는 언제나 주제가 설익어 어설프거나 수척과 섬약에 빠지거나, 또 그렇지 않으면 너무 암울(暗鬱)하여 나 자신부터 여기에 못견디게 된다.
다른 테마를 집어와서 새로 시작해본다. 그러나 다시 막혀버린다. 아아, 차를 타고 한없이 달리고 싶다. 가로등이 늘어선 길을 골라가며 차만 타고있다 해도 나는 좋겠다.
이 세상 전부에서 가로등이 즐비한 길을 짚어온다면 많기도 하많아서 사람 한 평생을 이 일에만 쓰기에도 너무나 그 시간이 부족할 것을 알수있다.
매사, 욕망에 비해 사람의 시간이 엄청나게 딸린다는 애기가 그래서 나옴직하다.
하던 일을 펴놓은 채로 시간이 다하면 사람은 떠나야한다. 이때가 언제인지 누구도 알지 못하며 누구라도 이 시각을 지체할 수가 없다. 언제나 임전의 태세를 갖추고 있는 장병의 처지와도 흡사해야할 이치가 여기에서 비롯한다 하겠읍을.
삶이란 참 피곤한 보행(步行)이다. 걷는동안은 걷기 때문에 고달프고, 멈춰서면 삶이다 하는 것이여서 허탈할 것이 뻔하다. 이 허탈을 초월하도록 가르치는 지혜가 있다. 이를테면 그게 종교이다. 하지만 종교에의 도달이란 이 또한 이만저만 어려운게 아니다.
무엇이나 다 어렵나.
어렵다는 자각이 자칫 살갗에 박히는 쓰거운 고비의 맛이 된다.
한주름의 바람,
목청을 돋우는 귀뚜리소리
지금 내가 몸을 던지고 있는 이 상태는 다른 어떤 의미이기에 앞서 한줄기의 복된 상념(想念)을 품고자 하는 회임(懷妊)에의 대망(待望) 그것임을 참으로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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