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라면 질색인 내가 얼마전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을 마신다. 술을 즐겨 마시는게 아니고 약처럼 작은 잔으로 딱 한잔 음주를 한다. 옛부터 혈압이 낮고 식욕이 없을때 음주를 계속하면 혈액순환이 잘되어 약이 된다고 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꿀도 약으로 먹으면 역겨운 것처럼 처음 음주를 하라고 권함을 받았을때 우선 약이라서 싫고 그리고 아무리 좋은 약이라해도 내가 싫어하는 술이니 선뜻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내 건강관리를 위하여 별수없이 마시게 되었다. 그런데 차츰 포도주의 감미로운 맛이 싫지가 앉아졌다. 이렇게 오래 계속하다간 술을 즐기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 아마 술을 안 마시고 못 배기는 중독자도 처음엔 이렇게 시작된 것이 아닐까? 어쨌든 술은 마력이 있는 것인지 모른다.
적당히 마시면 흥취가 일고 건강에도 좋고 우리들의 생활을 즐겁게 해주는 좋은 약과 같은 것이지만 그것이 적당히 알맞게 마셔지지 않는 것이 술의 마력인것같다.
내 친구의 아버지가 술을 너무 즐기셔서 결국은 술병으로 세상을 뜨셨다며 이런 재미있는 말을 했다. 「술은 술을 중매하여 결혼하고 결혼하면 자식을 낳고 또 낳고 다음에는 손자를 진손자 고손자를 낳게된다」고 얼마나 술에 질려하는 말이지만 술의 생리를 잘 나타낸 말이다. 우리 주변에서 술로 폐가망신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폐가망신까지는 않드라도 술로 인해서 자신은 물론 그 주위의 사람들이 몹시 고통을 받고 불행하게 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 평소에 아무리 점잖고 똑똑한 사람이라도 술만 먹으면 대개 엉망이 된다. 그리고도 부끄러워 하지않고 모두 술에다 책임을 지워버린다.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사람 버스속에서 공연히 시비를 걸어 싸움을 벌이는 사람 그 추태는 가지가지로 벌어져 사회악을 만들고 가정을 파괴한다. 그리고 다른것에는 인색한 사람이 술값으로는 물쓰듯이 낭비한다. 술을 깨고나면 후회하고 다시는 안마시겠다고 맹세하고 다짐하나 술을 즐겨마시는 사람은 좀처럼 금주하지 못하고 만다. 아마 술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왜 술이 있는지 원망할 것이다. 그러나 술은 역시 이 세상 끝날까지 있어야 될것이고 없어질리 없다. 술 자체가 나쁜게 아니고 술을 잘못 마시는 사람이 나쁜것이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되 어떻게 마셔야하는가가 문제일 것이다. 자기 스스로가 이기는 길뿐이다. 그 사람이 술에 진다면 비단 술에 뿐만아니라 그 사람의 온 삶에 지는것일 것이다. 술을 아예 못하는사람은 별문제지만 술을 즐겨마실수 있는 사람이 과음하지 않고 때와 장소를 가려 적절히 절주할수 있는 사람은 모든 유혹에서 악에서 이기고 생존경쟁에서도 승리하고 나아가서 구령할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이런 생각이 술을 지각없이 마시는 사람들을 몹시 미워하는 나만의 편협되고 몰이해한 생각일까 아니면 너무도 뻔한 상식일까 어쨌거나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때때로 생각해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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