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순교복자 성월을 맞았다. 이 뜻깊은 달을 맞아 전국 각 교구에서는 순교복자들의 얼을 되찾고 그들의 덕행을 높이 현양하며 특별히 기념키 위해 갖가지 행사를 갖는 모양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들 행사들은 행사를 위한 행사에 그쳤을뿐, 신자들의 참여가 없는 알맹이 없는 겉치례의 행사가 되어왔을 뿐이다. 해마다 이런 형식적인 행사로 이달을 보낸다면 특별히 복자성월을 제정한 의의를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우리의 선조 순교복자들은 우리 신앙의 씨앗이었고 옥토를 만드는 거름이었으며 우리의 신앙생활을 영원히 빛내주는 횃불이요 초석이 되었다. 오늘 우리가 받은 이 신앙은 바로 선열들의 피와 맞바꿔 얻어진 값비싼 보물이다. 이보다 더 큰 보물이 또 어디있겠는가? 새삼 순교복자들에 대한 감사의 념을 금할 길 없다. 그러나 표현없는 감사가 있을 수 없기에 우리는 오직 우리의 힘과 노력을 다하여 각 교구마다 순교복자 기념성전을 세웠다.
이는 바로 감사와 현양과 힘찬기념을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코흘리는 아이들에서부터 할머니들에게 이르기까지 모두 합심하여 땀을 흘렸다. 이 얼마나 장하고 기쁜일인가?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너무나도 부족하다. 이제 우리는 참다운 행동의 대열에 나아가야겠다. 장엄하고 힘찬 순례의 행진을 밀어야겠다. 지축이 흔들리도록 순례의 행렬을!
가서 복자들의 외침을 듣고 그분들의 얼을 되찾아야겠다. 신앙과 용덕을 배워야겠다. 교회 달력에 쓰여진 글자로만 효시되어있는 복자성월이어서는 안되겠다. 편히 앉아서 겉치례 행사만으로 이달을 보낸다면 이는 죽은 복자성월에 불과하다.
행동이 없는 복자성월은 차라리 없기만 못하기에 우리의 순교복자들은 오늘도 행동을 보여달라고 외치고 있다. 우리모두 행동의 대열에 뛰어들자. 그리하여 금년만은 힘찬 복자성월이 되게하자. 초목도 침묵할 수 없었던 순교복자들의 피의 대열은 지금도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장하다 복자들이여 우리는 행동으로 당신들을 따르리이다. 이 몸 다바쳐 이 길에 먼지가 되어도 결코 이 대열을 중단치 않으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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