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절실히 느끼는 것은 차차 인간「개인」이 없어지는구나 하는 느낌이다. 어디엔가 소속된 한「구성원」으로로서 인간은 간신히 호흡을 보존하고 있는데 이 인간은 명령받은 일이라면 무엇이든 정확하게 수행하는 충실하고 유능한 도구적 동물로 되어버렸다. 그 명령받는 일의 옳고 그르고에 대해서는 별로 문책의 대상이 되지않는 어떤 물건의 하나처럼 사건에 얽힌「한부분」처럼 되어버렸다. 보도 선전기술의 기상천외의 발달의 덕택으로 이 세대는 만인에게 대중적으로 사고할 것을 명하고 있다. 자유로운 사상과 자유로운 인간기능은 집단의 맹렬한 압력하에 놓여있다는 사실은 이미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에 필자는 이야기 하나를 엮어보겠다.
너무나도 딱딱하게 시작한 이 글의 분위기를 완화시킬 목적으로, 어느날 사자는 긴장된 정국의 위기를 해소하는 한 방안으로「나귀」와「이리」와「여우」를 그의 동굴궁에 초대하였다. 백수의 왕은 이날 처음부터 딱딱한 토의는 일체 그 절차에서 빼고 모처럼 참방한 객들이라 궁내전역을 안내하면서 그의 소장한바 녹각과 진화를 일일이 구경시켜 주었다. 객들은 대만족이었다. 만일 잠시라도 궁내에 풍기고 있는 그 악취를 없는 것으로 가상할 수만 있었다면. 사실 구석구석마다 타살된 산양 노루 돼지 토기의 육골편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그것이 견딜 수 없는 흉악한 냄새를 발산하고 있었다. 일동이 착석하여 만찬을 마쳤을 때였다.
왕이 나귀에게 청했다. 『짐의 복심이여 짐의 거처를 참관한 소감을 말해보게. 「진정」을 말하게… 항상 듣는 그런 논평은 그만두고…』나귀는 답했다.
『폐하! 이 늙은놈에게 과분한 영광이 읍나이다. 그러나 폐하가 천신에게「진정」을 하명하시니 감히 비견을 올리나이다. 궁과 궁실에 대해서는 신은 지극히 만족이옵니다. 그러나…궁내의 공기가 맑지못해 마치 도살장에 있는 것 같습니다』말도 끝나기전에 사자는 대노하여『고약한 역적놈! 불온한 언사의 벌을 받아라!』하면서 굳센 앞발로 나귀의 몸을 갈래갈래 찢어 구실일우에 던졌다. 다음은 이리에게『불경한 놈의 말로를 보았지? 너는 정직하게「진실」을 들려주겠지! 』하였다. 『폐하여 어찌 폐하의 궁의 인상이 나쁠수가 있겠소이까? 신은 다만 궁내의 완전한 질서와 정돈에 감탄하였나이다. 그리고 향기도 상쾌하고 아름다울 뿐이옵니다.』하고 이리가 정중하게 답하자『뭐 향기가 아름답다고? 이 간사한놈 누구앞에 아부냐!』하더니 단숨에 이리를 산산히 해체하여 궁실 또 한 구석에 집어던졌다.
다음에는 여우였다. 『너는 짐의 공정한 법정신을 보았지? 짐은 불경도 아첨도 동일하게 처벌하였다. 너의 소회는 어떠냐? 』여우는 몇번 재채기를 하더니 차차 재치기가 기침소리로 변했다. 『만수의 대왕이여 폐하의 힘은 무궁하옵고 폐하의 판결은 영명하옵나이다. 오늘 참궁하여 소신이 느낀 것은 나만 성은과 희열뿐이옵니다』여우는 여기서 손수건을 쓰는 대신 궁실 땅바닥 모래에다 콧물을 닦는체 했다. 『그리고…냄새에 한해서는…. 실은 해마다 일어나는 일로서 우리 보건사회성의 무대책 무능력으로 소신이 현재 유행성 독감에 걸려있어 전혀 냄새라고는 못맡고 있습니다』하고는 날카로운 기침을 한 두번 캥캥! 하였다. 이리하여 여우는 이날 몸조리를 빙자하고 혼자만이 조금 일찍이 어전을 물러나와 밤나뭇골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언론의 부자유를 절실히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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