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야는 왜 걸음을 못 걸어. 이렇게 설수도 없어?」
「응. 다리가 아파서 그래」
「그래서 이거 타고 다니는 거야?」
「이것은 언니의 전용 자가용이란다」
「자가용이 뭐 이래」
주인집 딸은 휠체어를 타고 성당에 다녀오는 나를 보며 가끔씩 이렇게 묻곤 합니다.
아직은 낯설고 생소한 상주땅에 정착한지도 이제 겨우 한 달쯤 되어 갑니다. 인자로운 모습의 성모상、시자고상과 부부를 위한 기도액자를 걸어놓고 아담한 장농 결혼사진액자 등으로 아늑하게 꾸민 것이 신혼부부 방임을 말해줍니다.
아직도 저는 우리의 결혼식을 믿을 수 없어서 그이의 얼굴을 또다시 쳐다보며 「우리 정말 결혼한 거예요?」하고 물어봅니다. 고개 들어 벽을 바라보면 휠체어를 타고 사랑하는 그이와 함께 찍은 결혼사진이 눈에 선명하게 들러옵니다.
서울 은평구 역촌동 성당에서 세 분의 신부님 주례로 혼배미사를 올렸던 지난 4월 16일은 날씨도 유난히 따뜻했고、특히 시부모님과 데레사의 집 가족들、대부님、대모님을 비롯하여 알게 모르게 도와주신 많은 교우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결혼식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손님들이 온 성당 안을 가득 메울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하느님의 그 크신 은총과 축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응암동 전 수녀님께서 주선해 주신 예쁜 드레스를 입고 휠체어를 탄 나는 신부입장을 하면서 저만치 보이는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기 위해 눈물을 흘렸었고 축복의 그날은 제게 있어 최대의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모진 어려운 역경과 반대를 물리치고 어렵게 어렵게 얻어온 우리의 사랑을 생각하며 천천히 그이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참사랑의 성가가 울려 퍼지며 엄숙한 혼인 미사가 시작되었을 때、수많은 안개꽃들이 춤을 추었고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 사랑의 묵주반지를 주고받았습니다.
「축하해요、마리안나 요셉 형제님」
「축하해요、두분」
「축합니다.」
여기 저기서 우리의 결혼을 축하해 주는 말들을 해주었습니다. 식이 끝나고 나올 때 제가 몸 담고 있던 데레사의 집 자매들이 축하노래를 불러주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을 발견하고 저 또한 보여서는 안 될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울지 말어. 신부가 울면 되나、화장 다 지워지겠네、울지마」
드레스 아주머니는 연거푸 눈물을 닦아주며 위로해 주었습니다. 주위의 많은 신자들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던 광경을 나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시부모님께 앉아서 드리는 절은 상당이 힘이 들었지만、그래도 모든 것을 이해하시고 밤과 대추를 치마폭에 가득 던져주신 시부모님께 감사하기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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