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믿기에 땅의 무능과 불가능을 어루만지기로 했다.
두 해 전에 이 성당에 부임하면서『남들이 달동네라 하지만 우리의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며 하느님 나라의 가치관으로 뭉치면 오히려 그것이 덕이 되고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조건이다』라고 큰소리 쳤었다. 성전 짓기로 결의를 했을 때만 해도 설레임과 큰 염려를 하나로 반죽하여 하늘에 봉헌했다. 「이 동네에는 하느님의 평화가 있어야하며 실의와 좌절에 빠진 이들에게 그리스도의 위안을 주기 위해서 성당에 들어서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기에 성전은 하느님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기도로 성전신축이 시작됐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도 뜨겁고 벅찼던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하기사 그럴만도 하다. 계속되는 모금, 집집마다 방문하여 폐지와 공병을 수집했고 장사도 안 해본 것이 없다. 음료수 한잔 안 마시기 운동을 비롯해서 버스비를 아끼며 걸어서 그 돈도 성전 신축기금으로 넣었다. 이제 권태로운 것이다. 아니 지쳐버린 것이다. 그때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라. 내 편히 쉬게 하리라」는 말씀이 환청 같았다. 가난하고 적은 신자수로는 불가능 인지 모른다. 그보다 우리에겐 창고 같은 가건물이 걸맞을지 모른다. 정부의 구호 대상자가 제일 많은 동네에서 구호 쌀이나 연탄비 마저 절약하여 성전기금으로 들어가고 있으니 이분들께 교회의 모습이 무엇으로 비쳐졌을지 염려스럽다. 삼분의 일의 공사가 이루어 졌는데 이제는 어쩔 도리가 없다. 여러 면으로 부대끼어 가파로운 감정들이 나에게 다가설 때마다 난 멈칫거리고 또 한걸음 뒤로 물러서면서 이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현실로 떠밀리고 있다.
『다른 본당 신부들은 서울에 가서 모금도 잘 하던데…』이런 소리들을 들을 때마다 서글픈 의지를 가눌 길 없다. 기어도기어도 끝없는 오르막길의 한 벼랑에서 딛고 있던 바위는 무너져 내리고 대답 없는 하느님의 발목에서 매어달려 있다. 차라리 놓아버릴까? 그러나 눈물겹게 하늘을 우러르고 한숨을 작은 숨으로 고르며 신부를 바라보는 저 열심한 교우들을 보면서 난 하느님께 드린 기도를 하느님 대신 들어주실 분들을 찾아야한다. 마음에 맺힌 응혈은 또 여밀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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