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 있어 먼데서 찾아오면 이 또한 기쁨이 아닌가」84년 5월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을 기해 내한한 교황 요한 바오로2세는 한국 도착성명에서 공자의 논어 첫머리를 인용、벗이 있어 먼데로 찾아온 「기쁨」으로 첫머리를 장식했었다.
그로부터 5년 교황 요한바오로 2세는 또다시 벗으로 이당을 찾는 기쁨을 준비하고 있다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 대회장인 교황은 10월 7일 내한 2박3일간 머물면서 성체대회 대미사를 주재하는 등 다시 한 번 사랑과 평화의 사도로 이 땅과 이 민족을 축복하게 된다.
그리스도의 지상대리자로 또 기도하는 순례자로 순교자의 땅을 밟았던 교황 요한바오로2세、아직도 이 땅과 이민족에게 진한 감동으로 남아있는 그의 행적, 말씀들을 음미하면서 그분과의 재회를 기다리는 것은 또 다른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당시 4박5일、90여 시간을 이 땅에 머물렀던 교황 요한 바오로2세는 그 짧은 시간동안 이 땅의 모든 이를 완전히 사로잡은 수퍼스타였다. 도착성명 서두와 말미를 한국어로 장식한 교황은 그 순간부터 사람들의 마음에 강력한 사랑의 메시지 그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메시지들은 시련과 아픔 속에 짓눌려온 이 땅 모든 이의 마음을 희망을 향해 할짝 열어주었다.
교황 방한 중 이루어진 각계각층과의 만남은 모두 20여 차례.
하루 평균 14시간의 공식 일정에 18번의 공식연설과 2회의 비공식연설 등 식사와 수면시간을 제외한 거의 전부를 그는 우리들에게 내어준 셈이다.
도착 첫날、순교자의 땅에 입맞춤함으로써 그는 이미 우리와 하나가 됐었다. 그의 입맞춤은 혹독한 박해와 시련 속에서 굳건히 자라 신앙을 키워온 순교자의 땅、교회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표시이기도 했다.
한국 천주교회2백주년 행사는 화해. 나눔. 증거라는 세 가지의 대주제를 기본정신으로 마련됐으며 대부분의 행사. 만남은 이를 토대로 짜여 지고 진행됐다.
교황의 모든 메시지에는 인간의 존엄、그리스도의 사랑. 화해와 용서、그리고 평화를 담고 있었고 이는 사랑과 평화의 사도로서 교황의 모습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계기를 이루었다.
그리스도의 지상 대리자、사도 베드로의 후계자 그리고 사랑과 평화의 사도. 당시의 매스컴들은 제2백64대 교황 요한바오로 2세를 지칭하는데 동원될 수 있는 제반 명칭을 모두 등장시켰다.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았던 매스컴의 보도는 가톨릭교회라는 울타리를 넘어 대중의 교황으로 그를 부각시켰다.
그것은 매스컴의 부풀림이나 과장에 의한 것만은 분명 아니었다. 교황은 그를 만나는 사람마다 、아니 TV화면에 비추어진 모습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에게 자신을 송두리째 내어주는 교황으로 다가왔다. 취재기자들의 느낌역시 이들과 마찬가지였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각 일간지들이 남긴 취재방담내용을 보면 교황은「수퍼스타」로 기억되고 있다.
미소와 손짓 하나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을 녹여주었던 교황、그는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희망과 새로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다. 가톨릭교회의 최고 사목자로서 교황의 역할과 임무를 그는 4박5일간의 짧은 일정 속에 모두 담아 우리에게 남겨두었다.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와 사도베드로 바오로、또 내게 맡겨진 권한으로써 복자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와 바오로 정하상 외 1백1명의 한국 순교자들을 성인으로 판정하고 결정하여 성인들 명부에 올리는 바이며 세계 교회 안에서 이분들을 다른 성인들과 함께 정성되이 공경하기를 명하는 바 입니다.」
한국 순교복자 1백3위가 성인품에 오른 84년 5월 6일은 순교자의 땅이 영광의 땅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교황은 이날 「오늘、한국교회가 이처럼 훌륭히 꽃피고 있는 것은 틀림없이 순교자들의 영웅적 증거의 열매」라고 강조하고 「그 열매들을 보다 큰 결실로 가꾸고 키워나가는 증거의 삶으로 자랑스런 후예가 되라」고 당부했다.
이 땅 곳곳에 영적회오리를 몰고 왔던 교황 요한바오로2세、화해와 용서를 설파하며 이 땅 곳곳을 누볐던 교황、그가 다시 우리의 땅을 밟게 된 것이다.
7일 내한하는 교황의 이번 방한 일정은 사제들과의 만남인 엠마우스 성시간、젊은이 성찬제 주재、그리고 여의도에서 거행되는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 대회미사를 주례하는 등 비교적 단순하게 마련돼 있다.
84년과 마찬가지로 교황의 이번 방한은 사목적방문임에 틀림없다. 로마교회의 최고 사목자로서、서방교회의 총주교로서、무엇보다 사랑과 평화의 사도로서 교황은 우리들과 새로운 만남을 이루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교황을 맞기 전 우리에겐 풀어야 할 숙제가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5년 전 교황이 우리에게 던져준 숙제, 순교성인들의 영웅적 삶을 증거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사회는 질시와 미움, 불신과 반목이 팽배해있다. 빛이 어두움을 이기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복음화 3세기, 증거의 시대를 제대로 살지 못하고 있다면 우리는 교황과의 재회를 기쁨 속에서만 맞이할 수 없다. 일치와 나눔, 사랑의 극치인 성체성사를 우리의 삶으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면 벗으로서 교황을 맞이할 준비가 우리에겐 부족한 것이다.
그분을 맞기 전, 성체대회를 치루기 전에 다시 한 번 우리자신을 조용히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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