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9일자로 김수환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의 가톨릭 학생들을 지도할 31명의 지도신부를 임명 발령하였다.
이로써 서울대교구에는 하나의 지도신부단이 조직됨으로써 앞으로의 모든 학생사목은 이 지도신부단에서 연구되고 계획될 것이며 실천방향을 제시할것이다. 늦은 감이 없지는 않으나 이번 서울대교구의 지도신부단조직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이다.
돌이켜 보건대 지난날 서울대교구에서는 지도신부 혼자서 10여년 동안 동분서주하면서 학생들을 지도하였었다. 다만 몇몇 신부들만이 그를 도와서 학생들을 지도하여 왔다. 그러나 수도서울이라고 하는 지성적 방대함과 업무량의 과다로 말미암아 지도신부 몇명으로 소기(所期)의 효과를 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욱이 오늘의 지도체재는 1인중심이 아니라 집단중심일 때에 효과를 거둘수 있다는 것도 잘알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번 서울대교구의 처사는 환영할만한 일이며 다행한 일이라 생각된다.
이번 서울대교구의 학생지도신부단의 구성 내용을 보면 상임 지도신부로 5명 지구별 단위 대학지도신부로 5개지구에 26명 그리고 프로그램 담당 지도신부 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도신부단의 조직 그 자체는 잘 되었다고 보지만 효율적인 학생지도를 위해서는 신부들만이 아니고 지도교수들도 포함시켰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다시 말하면 지도신부와 교수들이 밀접한 유대관계를 갖고 공동으로 학생들을 지도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제들은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더구나 그들을 이해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그들과 자주 만나고 함께 생활하고 있는 교수들은 누구보다도 학생들의 문제를 파악할 수 있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각대생의 유능한 교수들로 구성된 지도신부단을 조직하는 것도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지도신부단과 지도교수단이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공동으로 학생들을 지도할수 있을것이다.
지도신부단이나 지도교수단은 결코 단독으로 일방적인 계획이나 지시를 학생들에게 하달해서도 안될것이다. 만일 지도진으로부터 일방적인 지시가 학생들에게 내려질때 학생들은 그것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오히려 반발심을 자아내거나 심지어는 거부까지 하는 좋지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와같은 폐단을 미리 막기 위하여 지도진의 앞으로의 사목방침은 공동협조 정신하에서 학생간부들과 긴밀한 유대관계로써 이루어져야 할것이다.
또한 학생지도신부단은 교회내의 본당사목자와 각분야의 특수사목자들과도 밀접한 유대관계를 맺고 학생들을 지도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의 교회는 공동사목을 시도하고 실천할때 비로소 발전할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란 학교에서만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본당사목에도 기여함으로써 성숙한 크리스찬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학생활동이 교회내에만 국한하는 소극적인 활동이 되어서는 안되고 장차 사회의 모든 분야에 기여할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재를 배출하는 방향으로 지향해야할 것이다.
지도신부단에게 바라는 것은 학생운동이 어떤 외적 행사나 활동 위주로 전개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어떤 행사나 활동에 앞서서 학생 각자가 확고한 신앙을 가지고 크리스찬 정신으로 생활할수 있도록 지도해야 할것이다. 그리고 지도신부는 어떤 권위의식을 버리고 학생들을 한 형제로써 사랑하고 이해하여 그들에게 증거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지도신부단에서는 여러가지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을 모색하겠지만 보다 효과적이고 생산적인 연구와 계획으로 학생들을 지도해주기 바란다.
끝으로 이번에 조직된 서울대교구의 지도신부단이 유명무실하거나 용두사미격이 되지 말기를 바라며 모든 이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하여 분투노력하기를 바라는바 이다. 『어른들은 젊은이들과 사랑의 대화를 가지도록 노력하며 연령의 차이를 극복하고 쌍방이서로 이해해야한다. 어른들은 먼저 모범을 보여주고 기회있는대로 현명한 조언과 유효한 도움을 제공함으로써 젊은이들을 격려하여 사도직을 수행케 해야한다』(평신도 교령 1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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