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매스콤을 움직였던 이곳 수재 현지의 신자로서 각지 신자들이 보여주신 후의에 먼저 감사하고 특히 사설란까지 확대하여 수재민돕기 운동에 앞장선 가톨릭시보사의 호의에 무한히 감사하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하여 느낀바 몇가지를 피력코자 한다.
첫째 이번 부여지구의 수재가 어쩔수 없는 천재지변의 하나라고들 말하는데에 우선 이의가 있다.
그 이유는 만약에 이 지방의 제방들이 2m씩만 더 높고 2m씩만 더 두터웠던들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40년 이래로 손질 한번 하지 않은 그 제방들이 있었음으로 해서 참화는 더욱 컸었으리니 제방이 없었더라면 수압이 그렇게까지 올르지 않고 쏟아진 물이 신속하게 빠질 수 있어 피해는 훨씬 적었으리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인간의 노력이 성실성을 동반하지 않을 때 그 결과는 재앙을 부를뿐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로 농경지가 매물 또는 유실되지 않았더라도 단순한 침수만으로 황무지가 되버린 곳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이다.
즉 20년 전만 하더라도 벼이삭이 쌈지통에 들어있을 때만 아니면 보통 물속에 잠겨도 4, 5일간은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알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 3일만 침수됐는데도 물이 빠진 다음에 모두 말라 죽어버린 것이다. 이 전대미문의 이변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그 원인이 비에 씻긴 잔류 농약의 침전에 있다면(흐르는 물속에서는 훨씬 더 견딜 수 있었다.) 이것은 중대한 공해문제의 하나가 될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또 인간이 자연관리를 소홀이 하지만 않았더라도 피해를 보다 줄일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셋째로 각종 매스콤이 부여지구 중에서도 가옥유실과 인명피해가 가장 많은 은산면 신대리를 중심으로 보도했는데 이곳이 물론 급한곳이긴 했으나 피해액수로 보아서는 그렇게 심한 곳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정부나 사회단체의 구호활동이 보도 중심이었기 때문에 많은 농작물을 잃고서도 가옥피해가 없어서 구호대상에 들지 못한 사람 남의 논을 붙여 연명하다가 재해를 만났으나 자기 논이 아니었기 때문에 수재민 명단에도 끼지 못한 사람 셋집을 들었다가 일조에 거주지를 잃었으면서도 자기 소유의 집이 없어 호소할 곳도 없는 사람 등등이 생겼다. 이들은 한마디로 버림받은 양떼가 되어 영영 실의에 빠져버렸는데 한편 선택된 백성(구호 대상자)은 보다 센세이셔날한 보도 효과를 위해 피해사항을 사보타쥐하는 풍조에 휩쓸렸으니 이것은 기왕의 물질적 피해에 못지않게 정신적 파산을 가져올 경우가 될수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볼 때 이번의 수해는 인간이 성실성을 상실한데서 온 것이고 앞으로 더욱 더 성실성을 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할수 있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가 여기에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도 자명하리라고 보는 바이다. 즉 단순한 구호활동은 정부에서도 하고, 사회봉사 단체에서도 하고 다른 종교단체에서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적어도 장기적 안목에서 다시는 이런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보장해 주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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