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6일 서울 CCK사무실에서 제1차 전국 평신도 사도직 중앙평의회가 소집되어 서울 대구를 위시한 6개 교구 대표와 전국적 조직을 가진 활동단체 대표들이 참석하여 72년도 사업계획과 예산을 통과시키고 회칙개정 정리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8개 항의건의문을 채택, 주교단에 보낸바 있다.
본 란은 전국 평신도 사도직 중앙협의회 창설 이래 연례적인 총회를 계속 주시하고 관습적이고 무기력한 평신도 중앙협의회의 총회 태도와 내용을 기차없이 혹평한바 있다. 그러나 71년은 총회를 마무리한 중앙평의회의 쇄신의 기풍과 활기에 찬 모습을 보고 경의와 기쁨을 감출길 없었다.
회의의 내용적인 면에서와 자체기구 정비의 맹성과 아울러 기탄없는 의견의 교환 등 고무적인 면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모처럼의 의욕적이고 건설적인 기풍이 더욱 고조되어 획기적인 평신도활동에 발전을 이룩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나 획기적인 발전의 촉진을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단계적인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회의의 결의 내용과 건의문제도 표현되었지만 제1단계적 급선무는 평신자의 위치와 능동적인 활동 범위에 대한 명료한 인식을 갖고 과잉의욕과 추상적인 탁상공론을 지양하고 구체적이고 뚜렷한 행동좌표를 설정하고 그 행동좌표에 적응한 자체기구 정비를 과감히 단행해야 되겠다.
한국 가톨릭 지성인의 수나, 질이 세계 어는 나라에 비해 손색이 없음을 자부하고 증거를 갖고 있다. 그러나 과연 세속적이고 사회적인 의미에서의 지성인이 신앙인으로서 교회안에서의 위치나 교의적 지식수준 내지 신앙의 표현인 외적활동면을 통해서도 명실공히 지성인으로 자부할수 있는지 극히 의심스럽다.
이는 확실히 전인격적 신앙인으로서의 모순과 부조리임에는 틀림없다. 이러한 부조리속에서도 묵과할 수 없는 것은 한국 가톨릭 지성인의 잠재적 능력이 무한대로 개발될 수 있고 또 반드시 개발되어야겠다는 점이다.
지성의 특징은 능동적인 진취성에 있다고 본다면 차제의 자타가 자부하고 공인하는 모든 가톨릭 지성인은 교회안에서의 자신의 위치와 활동을 깊이 반성하고 솔직히 유아적 신앙의 테두리를 시인하고 탈피하여, 성인으로서의 교회생활 참여의 길을 스스로 모색하는 적극성을 띠어야 될 줄 안다.
현 사회의 혼란과 부폐를 직시하고 자신의 그리스도적 사명을 동감하고 과거 어느때보다 한국 가톨릭 지성인은 힘을 합하고 긴밀한 유대속에 실천적 기치를 높혀야 할 줄 안다.
상호 결속은 의사표시나 일방적인 강압에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질서를 전제로 한 혈액이 상통하는 유기적 조직제체를 갖추지 않는 한 힘의 결속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번 평신도 사도직 중앙협의회 기구정비도 이런 고차원적 원인분석에서 기인되었으리라 믿고싶다. 개개인의 선의의 노력을 과소평가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실제로 전국적 활동단체의 명칭으로 한국 주교회의의 인준을 받은 지성인 단체협의체나 학사회는 그실 다섯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는 소수인의 클럽이었다는 웃지못할 현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비단 지적된 단체뿐만 아니라 용두사미격의 명목상의 불신단체는 비일비재하다.
평신사도직의 기구는 일대 혁신과 재정비를 단행해야겠고 건의문 제1항에 명시된바와 같이 각 교구 각 본당별 사목 책임자의 선도적 노력하에 신자 각자의 자각과 능동적 참여도 조속한 시일내에 유기적 기구정비를 단행해야 할줄 알며 특히 10월 전국 주교회의에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기대는 지대하다.
둘째로 이번 회의를 통해 암시적으로 노출된 신자들의 불만이 정당히 검토되어 해소되어야겠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신자들의 성직자들에 대한 불신사조의 노출이다. 건의문원 안에는 이 불만이 과격하게 표현되어 수정제거된 것으로 안다. 성직자들에 대한 불신은 성직자들의 성무성사 집행의 불충분에서만 기인된 것이 아니고 교회안에 한 형제로서 호흡을 같이할 수 있는 우애적 대화의 결핍에서 기인되며 결과로서 교회활동의 공동참여의 기회를 잃고 공동책임을 느낄 수 없다는 적극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고찰된다. 따라서 위계적 교회질서에 대한 단순한 반항과 비생산적인 비판만은 결코 아니다.
그리스도의 형제들 즉 하느님의 백성의 윗적표현은 일방적일 수는 결코 없다는 핵심적인 문제라 하겠다. 평신자의 사회적 지위 여하를 막론하고 교회안에서의 실제적 위치는 유아적인 신앙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음을 자인하고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임은 결코 평신자만의 것은 아니며 근원적 책임은 성직자들에게도 있음을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교회활동 단체를 성직자 개인활동의 기구로 오인하고 편견과 노파심에 가득찬 부권적 권위만을 위주로 한다면 신자들의 협조를 기대할 수 없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현실적 여건으로 모든 평신자 활동에 성직자들의 희생적이고 선도적인 역할로써 진정한 형제적 대화를 통해 그리스도왕국 건설의 공동책임을 지고 활기를 되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겠다.
끝으로 주교회의에 보내진 건의문의 종합적 내용은 한마디로 교회의 본연의 사명을 촉구한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이는 또한 교회 자체의 진정한 모습이 대내적으로 흐려진다는 적신호이기도 하다는 고언을 교회사목 책임자는 종합적으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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