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을 신축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작업복에 운동화를 신고 흙 묻은 삽을 들고 있었다. 일꾼들과 일에 빠져 있는데『신부님! 손님이 왔는데요…』해서 허리를 펴보니 한 초라한 여학생이 서있었다. 창백한 얼굴、파아란 입술、촛점 없는 눈망울、깡마른 몸매…뭔가 문제가 있는 아이임이 틀림이 없었다. 『그래요? 전 권이복 신부입니다』하고 인사를 하니 매우 의외라는 듯 날 빤히 쳐다보는 눈 속엔 뭔가 애절하게 갈망하는 것이 있었다. 손을 털고 약간 뒤로 물러나『무슨 일이시죠?』하고 예기를 시작하자 이것저것 부지런히 물어보는데、본당은 어디이고 본명은 무엇인데 이 본당 학생들 상황은 어떠하며、셀은 잘되고 있는지、학생들에게 어떤 배려를 하고 있는지…등등 많은 질문을 하길래 성의껏 예기 상대가 되어 줬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갑자기 몸을 날려 내 품으로 파고드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는데 계속 안겨 드는 것이었다.
그녀의 목적은 이제까지 물었던 학생들에 관한 많은 질문의 답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만나기 위한 핑계였고 처음부터 생각은 딴 곳에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사람을、자신을 받아줄 사람을 필요로 했다. 먹이를 찾아 헤매는 독수리처럼 사랑하고 사랑해줄 사람을 찾아 해매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걸려(?)든 것이다.
허나 그 마음이 어찌 그녀의 마음뿐이겠는가! 우리 모두의 마음이 극적으로 표현된 것에 불과 할 것이다.
이것저것 부족한 것들이 많아 자꾸 모아들이기에 정신이 없는 우리들…. 하지만 우리가 가장 얻고 싶고、만나고 싶은 것은「사람」이다. 사랑하고 사랑해줄 사람이 그리워 애태우고 있는 것이다 나도 사랑하고 그도 나를 사랑하는 그런 사람을 우리는 미치도록 그리워한다. 내가 그렇듯이 너도 그렇다.
자! 이렇게 하면 어떨까? 내가 바로 그 사람이 되어 주는 것이다. 내가 바로 그 갈증을 채워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내가 내 이웃의 갈증을 채워 줄때 그도 나의 갈증을 채워주리라….
지금까지 수고해 주신 대전 자양동본당 주임 이창덕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호분터는 전주교구 홍보국장 권이복 신부님께서 수고해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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