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는 질문하여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모두 그의 질문을 불평과 혼동하여 그를 소외해버리고 처음부터 상대를 해주는 이들이 드물었다. 그렇게하는 이유가 또하나 있었다.
각자는 제각기「성공하기」에 바빠 빈자의 질문에 답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 이 세계에 하나의 법률이 있다면 그것은「나의 성공」이기 때문이다. 가끔 빈자의 물음에 답해주는 사람들이 있어도 그들의 답은 이구동성으로『돈을 써야 하오』였다. 그래서 빈자는 빈문을 하지않는 것이 생리처럼 되어버렸다.
빈자는「성공」해보려고 때로『보증금 15만원 있으면… 땅6000평이…』하고 의논을 걸면 상대방은 한두번 그의 남루한 옷차림을 상하로 훑어보고는 끝까지 듣지도 않고 떠나가 버린다.
현지를 몇번이고 답사해본 실패할 수 없는 정보이건만 민주주의는 정치 리론의 꽃이었고 만인의 동경이었는데 그것은 어느새 벌써 경제적 독재로 변질하고 말았다.
대로에 주사한 고급승용차들이 시내버스의 길을 막고있어도 그것은 오히려 성물처럼 존경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옆의 인도에 쪼크리고 앉아 떡ㆍ고구마ㆍ감을 팔고있는 노파의 함지는 구두발로 걷어차여 떡이 흙탕에 딩굴어야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자가용」들은 탈세한 차들이었다. 그것을 그렇게도 경의를 표하며 보호했던 것이었다.
더욱 자세히 알고보니 그들 한사람이 속인 거액의 세금을 만명의 빈자들이 어려운 생활에서 집을 내어가며 물어주고 있었다.
그렇게 하노라고 직공 수명의 이름만의「공장」은 마지막으로 무리한 세금을 낸 후 이제는 세금이 무서워서 폐업계를 냈다. 문을 닫고 아예 다시 열지 못하게 거기 대못을 박고 말았다. 그래도 빈자는 아무 질문도 하지않았다. 탈세는 불명자도 아니었다. 탈세자들은 곧 본래의 부와 강을 복구했는데 일전 한 푼 탈세없이 완납한 자들은 여전히 빈자로 머물었다.
빈자는 불평없이 이를 간수하였다. 부자의 성격을 아는 빈자는 아무리 궁해도 그들에게는「꾸러」가지 않기로 하였다.
웅장한 은행들이 신안되어도 담보물이 없는 빈자에게는 공공연히 하늘만 막아주는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빈자는 이를 피해 돌아서 길을 갔다. 빈자는 죽어 천국으로 올라갔다. 천국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마침 부자 한 사람도 거기에 도착하였다. 본능적으로 그의 성장을 보고 자기와는 백계 이상의 차이가 있는 부자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윽고 천국의 열쇠를 가진 베드로 성인이 문을 열고 나타났다. 그는 파의의 빈자는 본체만체 부자에게 만면의 희색으로 입국을 허하고는 문을 닫는 것이었다. 빈자는 아직도 기다리면서 천국안의 황홀한 음악과 천사들의 노래를 엿듣고 있었다.
향연은 한시간쯤이나 되었던가 끝나고 다시 문이 열렸다. 역시 베드로 성인이었다. 성인은 담담하게 빈자를 향하여『들어오시라』고 지시하였다.
아아 빈자도 입국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악도 가무도 일체 없었다.
다만 훈향의 꽃들이 절묘한 아름다움으로 말없이 피어있었다. 빈자는 성인을 따라가다가 돌연히 물어보았다.『거룩하신 베드로 형제! 천상에도 지상과 마찬가지로 빈ㆍ부의 차별이 있나이까?』하고. 성인은 당황하여『?…?…왜 왜 그르셔?』하였다. 빈자는 설명하였다.『아까 부자가 입 국했을땐 음악과 가무가 흥겨웠는데… 왜 소인의 입국에는…』하니 대성인은 그제야 알고 대소하며 『사랑하는 내 아우여 아우같은 빈자의 입국은 매일 허다히 있는 일상의 차반사요. 그러나 부자의 입국은 최근 3백년만에 첫일이라 천국에서도 특별행사로 이 경사을 경축한거요』하였다.
무수히 짓밟히고 고생하던 그 빈자의 영혼은 비로소 납득이 가는 그 이유를 이해하였다. 베드로는 빈자를 서라벌 옛터전의 金안드레아와 그 양들이 있는 곳으로 「아씨지」의 위대한「거지」님의 곳으로 아니 그 누구보다도 이 빈자보다 더 가난했던 자가 계신 저 성부 우편으로 인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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