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본당 대표 주부들은 19일 명동대성당에서 「생활검소화 운동」을 전개하고 여성들의 지나친 사치성을 배격하는 운동에 나섰다.
이 운동은 가톨릭 여성단체연합회 본당 대표 주부 15명이 최근의 경제동향으로 보아 환율인상에 뒤를이어 각종 물가 특히 생활 필수품 가격이 앙등하고 고정된 수입으로 적자가계부를 면할 길이 없는 현실에 비추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면으로 종래의 안방에서 좌시만하던 안이한 사고방식만 갖고서는 신자들 특히 신앙생활을 하는 주부들로서는 타개하기 곤란한데서 이 운동이 전개된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교회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액션인만큼 전국적으로 보급인식되어 유종의 미를 거둘것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나, 이 운동이 어디까지나 자발적이고 자연스러워서 강제성이나 구속력을 내포한 운동이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것은 필자 개인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따라서 지나친 사치성을 우려하는 나머지「다이야몬드」를 끼고 다니는 주부들을 붙잡고 대중앞에서 모욕감을 주는 절교조나 시비조로 이끌려갈까 우려하여 노파심이나마 강제성을 띠는 운동이 되어서는 곤난하다.
우리 교회에서는 전교방식이 너무나 지나칠 정도로 소극적인데다가 엄격하고 세밀하게 검토한 후에야 입교수속을 취하기 때문에 신자의 수효가 증가되는 템포가 늦다는 평을 간혹 외교인들에게 들은적이 있다.
그러나 그 반면에 배교하는 냉담자의 수효는 적다는 이면상이 있다는 것도 그들은 시인한다.
이와같이 가톨릭의 특징이 비강제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교리에 합당한 액션을 취하기 떄문에 우리 조상에는 여러 순교자가 생겼고 복자가 탄생하였다고 하여도 과언은 아닌 것 같다.
바꿔말해서 목적달성을 위한 강제성과 조급성은 금물이라는 견지에서 온전하고도 정중한 태도로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심복시키는 방향으로 이끌어간다면 이 운동은 오히려 뿌리가 깊게 박힐것이고 전국적으로 보급되고 만연되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이며 주부들에게 빛과 소금의 역할이 되리라 믿는다.
일찍이 서울과 대전 교구장을 역임한바 있고 우리 가톨릭 초창기부터 한국에서 전교하시던 아 라리보 원 주교가 한 말이 생각난다. 즉 한국사람들의 분에 넘친 사치성을 가리켜 『뱁새가 황새를 따라갈려고 한다』고 비유하였다. 아주 정확한 표현이라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우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기의 분수에 넘친 생활방식과 분수에 넘친 사치성경향에 흐르고 있는 것을 흔히 볼수있는 것이다.
남이「다이야몬드」반지를 끼었으니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자기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먹고 적자 가계부에다가 더 적자를 내는 생활태도야말로 원 주교가 지적한말 그대로라 하겠다.
원 주교가 한 말은 지금 전개중인 생활검소화 운동에 적합한 표현이기도 하다.「분수에 알맞는 생활」을 영위한다면 절대로 사치성에 흐르거나 여기서 야기되기 쉬운 방종한 생활에 빠지거나 더 나아가서는 그와 유사한 생활양식을 가진 집단에 한류하여 경쟁적 심리상태에까지 이르게되어 주부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가정을 저버리고 사회악을 조성하는 행동에는 동조하지 않을것이다.
주부들이 앞에서 말한 분수에 넘친 무리한 생활양식을 하다보면 가장인 남편에게 부당하게도 여러가지 요구를 하게될것이며 이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는 분에 넘친행동을 하게 될것이다. 결과는 뻔한것이다. 부정을 해야되고 부패분자라는 낙인을 받게되어 그 사회에서 축출되거나 영어의 몸이 될 것은 분명하니 주부들의 분에 넘친 사치생활이 남편을 망신시키고 가정을 파탄과 재기불능 상태로 이끌어 간다는 무섭고도 놀라운 결말을 짖게 된다는 것을 예견한 나머지 이와같이 훌륭한「생활검소화 운동」이 늦게나마 전개된 것을 찬양하는 바이다. 자기가 괴로운 생활을 할 땐 남도 다같이 괴로운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면 옳을 것이다.
물가앙등이 자기 가정에만 닥쳐오는 것은 아니다. 남의 발은 많아보이는 것이 사람의 심리상태인 것이다.
옆집은 잘사는데 왜 우리 남편은 시원치 않은 보수를 받아 오는지, 남이 부정을 저질르면서까지 호화스럽게 살고 있는데 왜 우리는 못사는냐, 이런 부정스러운 사고방식으로 불평을 털어놓고 사는 주부는 위선 분에 알맞는 생활을 해가면서 거기다가 검소한 생활까지 영위한다면 자연히 절약이 되고, 절약해서 생긴 돈을 저축해 나간다면 머지않아 여유가 생겨 남부럽지 않게 생활할수 있다는 사고방식으로 전환시켜야만 할것이다.
흔히들 말한다.『아래를 보고 걸어라』고 우리나라는 아직 GNP가 3백불정도다. 국민소득이 증진국에 속하긴 하였지만 그것도 작금에 이르른 것이기 때문에 근대화 작업이 착착 이루워지고 있는 소위 개발도상 국가인 것이다.
그러기에 부유층에 속하는 생활을 하는 계층은 소수일 것이다. 위를 바라보면 한이 없다. 반대로 아래를 보고 자기보다 못한 층의 생활을 하는 집안을 보고 걸어가면 불만은 해소되는 경우가 많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될것이다.
「내조국의 경제안정은 여성의 손으로」라는 구호는 앞에서 말한바와 같이 주부들이 자기분에 알맞는 생활태도를 영위한다면 경제안정에 이바지하는 가장 가까운 첩경이 될것이며 그야말로 그 집안은 진복자가 될것이다. 그렇지 못하고 분에 넘는 사치성에 흐른다면 경제안정 커녕 경제파탄과 나아가서는 조국이 비운에 임하게 될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주부들의「생활검소화」여하가 그 가정과 이 나라의 앞날을 영광이냐 암흑이냐로 이끄는 중대한 분기점이 된다는 것을 이 운동에서 강조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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