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둥그런 보름달을 쳐다보는 사람의 마음은 그야말로 여러가지 형태로 바꾸어진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떨어져 있는 처지의 사람은 상대방의 얼굴로 보일게고 대학 입학시험이나 고등고시를 눈앞에 둔 수험생의 입장이라면 둥근달은 대학의 정문이나 판사의 모습으로 보이게된다. 그처럼 자기가 처해있는 입장이 달에 비춰 보일때 쳐다보는 사람의 가슴엔 소망이 서려앉게 마련이다. 이 소망의 모습은 동서고금을 초월하게 되는 것인가 보다. 가난한 집에 태어나 어려서 일찍 부모를 잃어버린 안델센의「성냥팔이 소녀」도 밤마다 달을 보고 흐르는 눈물을 닦았을게다. 이 가냘프고 불쌍한 소녀는 보고싶은 엄마의 얼굴을 달에 호소하여 달이 떠오르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달이 떠오르지 않는 밤이면 부지런히 성냥을 팔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밝은 달은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간절한 대상이 되어왔고 또 가난한 사람들과 더 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도시보다는 농촌의 달이 더 밝고 크게 보일뿐만 아니라 찾아 보기도 쉬운것은 달에 대한 소망이 더 크기 때문이 아닐까.
요즈음의 추석풍경은 한마디로 장삿속밖엔 아무것도 없이 보인다. 신문ㆍ잡지ㆍ방송에선 추석선물의 광고선전이 요란하게 떠들며 백화점마다 대할인 판매니 추석특별 봉사니 하는 등등의 현수막이 지나는 사람의 눈을 끌어들이기에 바쁘다. 따라서 일반 가정이나 사람들이 선물을 주고받는 모습이 많이 띄게 되는것이 서울의 모습인 것 같다. 물론 서로 존경하는 사람들끼리 선물을 주고 받는일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할런지는 모르겠으나 정도가 문제다 . 빚을 져가면서까지 무리한 과잉 지출이나 추석의 용돈을 마련하고자 살인강도 행위를 자행하는 일까지는 너무 극성인것 같이 느껴진다. 추석이란 것이 물건을 주고받고 뭘 먹는 일로만 그쳐야 되겠는가. 국민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은 아예 추석이란 뭘 먹는날로만 알고 있는 어린이가 대부분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어른들의 잘못이면서 사회적인 정도 문제로 생각된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라할지라도 가족끼리 정다웁게 만나 조상에 대한 간단한 차례정도나 지내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초가을의 저녁바람이나 쐬어가면서 달구경하는 재미도 나쁘다고 생각되진 않으리라. 꼭 술을 먹고 온통 주점가를 돌아다니며 경무음곡을 해야 추석기분을 내는 것은 아닐진대.
항상 보는 달은 해가 바뀌고 역사가 바뀌어도 말이 없다. 말이 없으면서도 수많은 말을 담고있는 것이 또한 달이다. 「아폴로」우주선이 달에 갔다가 옴으로써 과거에 생각해오던 달의 이미지는 약간의 차이가 있는지는 몰라도 달은 역시 달이 아닌가.
달을 향해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떠들썩한 초가을의 분위기를 조용하게 음미해보는 것도 결코 해롭진 않을 것이다.
서울의 인구는 복잡한 여러구조와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거기에 묻혀 사는 사람들도 복잡한 생각에 말려들기 마련이지만 추석 하룻동안만이라도 조용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로 지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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