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은 너무나 크기에 사람의 협소한 관능이 이를 감당할수가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서민」 이라는 이름의 대안속에서 보통으로 살다가 평범하게 죽는다. 이들 평범인은 그러나 무가치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천주는 왕이나 천재에게 보다도 더 이 이름없는 보통인들에게 당신의 희망 전부를 걸고, 주야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이 화려하고 웅장한 사치품인 대우주를 아낌없이 그들에게 내주고도 또 그래도 부족하여 왕과 천재를 만들어 이들을 가르치고 동시에 이들의 종이 되어 수족처럼 봉사하도록 배려해 놓았던 것이다.
어느날 평범인은 죽어야 할 날이 왔다는 통고를 받는다.『이렇게 딱한 소식을 전하는 너는 누구냐?』했더니 답하는 자가 있었다. 『나는 신의 명령으로 너를 데리러온「죽음」이다. 향정은 멀고 출발이 긴급하니 어서 신앞에 상정할 공죄연을 챙겨라』고 한다. 평범인의 기억 속을 주마등처럼, 공이 적고 죄만으로 얽힌 짧은 일생이 스쳐간다. 별로 결산해 둘 것도 없는 그의 일생! 「功」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따지고 보니 취소되어야 할 것 뿐이다.『예고도 없이 찾아온 무정한「죽음」이여! 10년만 아니 3년의 유예를 다오 공죄연을 수정할 3년의 기한을!』『안된다 평범인! 왕자의 미련도 거지의 절망도 여태 나의 사명을 변경시킬 수는 없었다. 』「죽음」의 성명은 명백한 거절이었다. 무력한 평범인에게 구제할 수 없는 고독이 온다. 그는「혈친」의 이름을 부르며 혈친에게 달려갔다. 언제나『생사고락을 같이하자』고 맹세하였기 때문이다. 혈친을 만났다. 갑자기 이 세상을 떠나게 된 고통을 고하고 저 길고 외로운 여정에 동행하자고 간청하였다. 그러나 혈친의 태도는 돌변하였다.『아니 그 일만은…! 용서해! 한 5년 단식은 할 수 있어도…그런 여행에 동반만은…』하였다. 다음에 찾아간「황금」씨와「권세」씨의 답은 더욱 더한 실망을 평범인에게 주었다. 평범인이 언제나 수족같이 부려먹던 그들의 냉정을 보라!『같이 죽자고? 천만에! 우리들은 너의 것이 아니다. 임시로 너에게 화여되어 네 평생을 즐겁게 하던 우리 의무는 끝났어!』하고 악수도 없이 떠나갔다. 이때 평소에 둘도 없는 사랑의 친속「우정」씨를 만났다.『큰일났군 !오늘은 평소의 그 맹세를 깨뜨리겠네. 똑똑히 말하지만 혼자서 영원히 잘가시게! 고급차를 사준대도 난 할 수 없네!』『아니 저 성문밖 망우리산 기슭까지만…』『단 일보의 동행도 거절하네…다신 못돌아 오는 이 여행엔!』하는 것이었다. 세상은 전부가 허위였다. 평범인이 절망에 잠겨 비탄에 울고 있을 때 뒤에서 우렁찬 소리가 있었다.『평범인이여, 내가 너와 같이 간다. 네 고경의 안내자 되리라!』돌아보니 평범인이 젊었을때 진심으로 존경하고 그후엔 버리고만「선지」(착한지혜)씨였다. 선지씨가 지도하는대로 평범인은 일생의 죄악을 뉘우치고 신에게 사과할 수 있었다.
그의 경건하게 참회의 흑의를 입고 있을 때였다. 황탄재와 쓰게기와 중유의 진흙탕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키는 중병인이 하나 있었다. 보니 바로 그의 영혼의 딸「선행」양이었다. 처녀는 만신 상처를 입고 있었다. 평범인의 무거운 죄악이 여태 이「선행」을 이렇게 억눌러 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반가웠다. 허약한 몸에서 날개를 펼치며 부르는 정다운 처녀의 목소리『염려마라. 평범인! 이젠 내가 있다!』들은 손에 손을 잡고 「죽음」이 인도하는 천공의 길을 일로신의 나라로 올라가고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오로지 한줄기의 아름다운 노래소리가 무의미하고 시끄러운 청음을 뚫고 들려오고 있었다.『주여, 나 깊고 그윽한 곳에서…』하는 연도의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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