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은 군인주일. 특별히 국토방위의 대임을 맡아 수고하는 군인들과 이들의 신앙 및 인격지도를 담당, 동분서주하는 군종신부를 기억하는날이다. 분단된 국토는 동란의 비극 이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북괴에 대비해 힘겨운 60만대군을 키워오면서 우리가정과 군은 친숙한 사이가 되어 군생활의 이모저모를 잘알고있다. 그러나 60만군의 뒷바라지를 위해 40여명의 군종신부들이 전후방과 멀리 월남에서 땀흘리고 있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않은것 같다. 기자는 군인주일을 며칠 앞두고 전방에 근무하는 한 군종신부를 찾아 군종생활을 엿볼 기회를 가졌다.
1백55마일 휴전선이 동해안에서 서서히 남하 하다 급커브를 도는곳, 철원ㆍ금화 형강을 잇는 소위「철의 삼각지」의 좌단을 담당하고 있는 ○사단에 군종 송광섭(베드로ㆍ39) 신부가 부임한 것은 지난해 8월, 이 부대 창설 이후 첫 군종신부였다.
이미 사단에는 4명의 군목이 오래전부터 활동중이었고 송 신부는 GOP를 맡고있는 예하 ○○연대에 배속됐다.「별(장군)」보다 귀하다는 군종신부가 오자 부대내 신자장교들이 환영연을 벌여 반겼다.『신학생때 군복무를 마쳤기 때문에 병영이 낯설지는 않았지만 이제부터 혼자 힘으로 개척해 나가야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거워지는것 같았습니다』계급은 중위, 군종활동이 특수활동이긴 하나 계급사회인 군내에서 지휘관의 이해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다행히 지휘관은 군종활동을 폭넓게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연대내 가톨릭 신자를 알아보니 영세자가 60명 그밖에 예비신자, 가톨릭에 호감을 갖고있는사람이 약60명 정도 되더군요. 전방부대에서 여기가 많지않고 따라서 주일미사도 매주 나가기 어려운 편입니다. 연대와 대대인사과에 배속된 군종사병이 교파별로 인솔해서 주일예식에 참여토록 돼있지만 비상 훈련 등이 겹치다보면 생략되는 때가 많아 본의아니게 군생활동안 신앙생활을 접어두게 되는 경향이 많습니다. 여기서 군종신부가 할 일은 자명해지는 겁니다. 』우선 지휘관을 찾아 주일미사에 나올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고 예하부대에 통보, 되도록 많은 군인이 참여토록 유도해야 하는것이다.
그러나 군종신부의 임무가 가톨릭 신자만을 돌보는건 아니다.
송 신부의 일과는 아침 8시 출근, 잠시 일반사무를 처리한후「오토바이」를 몰고 예하중대를 찾아 정신훈화 문제사병 면담 초소근무자 방문으로 하루해가 저문다. 연대로부터 먼곳은 15km나 떨어진 일선중대를 찾아 산길을 달리다보면 눈위에 미끌어져 상처를 입기도 여러번, 기자가 찾은날도 비에 젖은 산길을 가다 넘어져입은 입 언저리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고 있었다.
주일은 더 바쁘다. 인근 지포리와 문혜리 두 공소를 차례로 드리고나면 오후 2시경, 철원성당으로 미사참예온 신자사병들을 집으로 불러「라면」이나마 점심을 나누며 이들을 통해 군종신부가 할일을 찾는다. 어느중대 아무개가 고민에 싸여있다든지 초소근무의 애로 등 넘겨버리면 그만이지만 관심을 기울이면 할 일이 너무 많다.『지난겨울엔 가끔 보온병에 더운커피를 담아 품에 끼고 나갔었어요 초소근무자들을 찾아가시는거죠. 어떤 때는 새벽 2시가 돼서 꽁꽁 얼어 들어오셔서 몸을 녹이느라 밤새 한잠도 못주무시고도 아침 8시면 또 출근하십니다. 이럴 때는 신부님이 불쌍한 생각이 들어요』송 신부 시중을 들고있는 정 아네스씨의 말이다.
송 신부의 수입은 중위 봉급, 군종단 보조금, 교구 보조를 합해 월4만원 정도. 이 중 생활비 1만5천원을 제하고 2만5천원으로 활동을 꾸려간다.
그러나 애로를 묻는 기자질문에 대한 송 신부의 대답은 질문을 후회하게 한다.『어려움 속에 일하는 것이 군종신부의 보람입니다. 20대의 젊은이들 가운데 뿌린씨는 언젠가 열매를 맺습니다. 그 열매가 충실하도록 온교회가 거름을 주고 가꿔줄때 우리는 피로를 잊을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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