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12월 21일 안 몬시뇰이 감리교 쑈목사와 함께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군종제도 창설을 인가받은 이후 오늘날에 이르도록 교회는 군종활동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으며 그동안 주교회의에서는 신부 1할을 군대에 파견할 것을 결정했고 군인주일을 설정하여 모든 신자들로 하여금 군종활동의 중요성을 인식케하고 적극 후원토록 했으며 군종우원회를 인준, 발족케 하였던 것이다.
교회 당국의 이러한 배려로 40여 명의신부가 종군하여 각 주요부대에 배속 근무하고 있으며 군인주일만 하더라도 전국적인 행사로 각 본당에서 현역장교가 강론을 하게 되었고 군종후원회는 5백여명의 회원들이 계속 지원을 하고있는 것이다.
이렇게 발전된 현황을 살펴보며 오늘 제4회 군인주일을 맞이하는 우리는 기쁜 마음을 감출수 없는 한편 앞으로의 발전을 위하여 현재의 미흡한점을 고쳐나갈 새로운 각오를 스스로 다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군종신부단은 한국의 유일한 특수사목을 위한 사제단이다. 구성원의 사목적 임무가 같고 연령과 신분과 대우에 차이가 없고 총재주교를 중심으로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모인 제단이다.
이러한 몇가지 점을 감안할 때 군종신부단이 다른 사제단 보다 활발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더구나 오늘날 사회내에서의 교회의 역할을 생각할 때 특수사목이 절실히 요청되고 군종신부단은 유일한 특수사목을 위한 산제단이라는 점에서 군종신부단 자체의 발전 여부가 한국교회 발전을 염려하는 사람들의 지대한 관심사가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군종신부단은 이러한 기대 가운데 있음을 자각하고 긍지를 가지고 분발해야 할 것이다. 개척자로서의 어려움을 모르는바 아니지마는 이미 20년의 경험을 두고 늘 어리다고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아직도 만약 존재하는 것만으로 의의를 삼으려 한다면 활동없는 생명체는 나약하고 쇠진되는 것임을 직시할 때가 온 것이다. 지금까지는 적어도 종군한 신부가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신부가 종군해야 하고 그 종군은 상태가 아니라 운동이라야 하는것이다.
이러한 점으로 보아 군종신부단과 주교회의는 군종신부 확보문제를 재검토할 것이 불가피하며 수만채우기 위한 군종신부 확보책에서 점차 탈피하여 군대사목을 위해 헌신할 신부를 확보할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안이 시행될 때까지 적어도 입대하는 신부들에게 군대 특수사목에 대한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수만 채우기 위한 신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본당사목만을 위해 교육된 신부가 갑자기 본의아니게 군대사목을 맡아 무엇을 어떻게 할것인지를 알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도 안이한 기대인 것이다. 특수사목을 위한 특수교육이 있어야 하겠고 그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군인주일을 맞이하여 느끼는 몇가지 문제점을 제시하여 여기에 대한 재검토가 있기를 절실히 바라는 바이다. 흔히 군인주일은 군인들이 고생하는 것을 생각케하고 더 효과적으로는 군종신부들의 어려운 생활을 이야기하며 인간적인 동정과 심리적인 희생으로 다소의 도움을 모으는 날인줄 알고 있다. 그리고 교회와 군대와의 상관은 군종신부가 있기때문에 혹은 군인 예비신자를 확보하기 위해서 비로소 관계가 맺어지는 것으로 안다. 사실상 교회와 군대와의 관계가 이렇게 발전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오늘날에 있어서 교회와 군대와의 관계는 벌써 이러한 단계를 넘어선 것이며 넘어서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건전한 군대가 육성되어야 하는 것은 모든 군인 가운데서도 특히 가톨릭 신자들이 솔선하여 이루어야하는 일인것이다. 무기를 든 군대의 정신이 건전치 못할때 정의와, 평화의 하느님의 나라가 실현되는 것이라고 생각지 못할것이 아닌가. 건전한 군대를 위해 교회는 할일이 있고 그래서 신부를 파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군인주일에 가장 먼저해야 할 것이 교회는 군대를 바로 인식하게 하는 일을 해야하고 병역의 의무가 사랑의 봉사임을 깨닫게 해야하고 군인은 봉사자로서의 긍지와 기쁨을 가지도록 지도해야 하는 것이다. 지도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할것이다.
그리고 또 한편 교회는 군대의 정신지도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방안을 연구 제안하고 실천케하여야 하는 것이다. 지금 바야흐로 對북한적십자 회담이 시작되었고 중공진출의 세계정세 앞에서 우리들의 정신자세는 어느때보다 확고하여야 함에 비추어 군당국은 전국신자화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하여 가톨릭교회 당국은 얼마나 생각을 해보았는가.
군일주일에 군종후원회가 일선에서 나라를 지켜주는 장병들을 생각하고 한사람이라도 위문을 한 일이라도 있는가. 오히려 군종신부마저 부대의 장병을 두고 각 본당으로 나가 군종후원회 회원모집을 하고 있는 실정을 우리는 끝까지 정상적인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을 것인가.
또 1백여 명의 장교가 각 본당 강론에 동원되는 쾌거는 기뻐하지마는 군대같이 평신도 사도직 수행이 요청되고 그 여건이 적합한것에 비하여 얼마나 평신도 교육을 위하여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마련되어 있으며 어느정도의 성과를 보이고 있는가 그것을 위하여 어느 정도의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노력을 하였는가를 반문해보고싶다. 이 기회에 교회는 군종활동의 새로운 청사진을 준비할 것을 간곡히 부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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