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서울시의 도로는 근대화되어 가고있다. 교외에는 폭넓은 길이 뻗어나가고 있고 구시가의 업적을 실감케 된다. 그러나 이것은 겉치레의 근대화이고 실상은 근대화의 방향이 무언가 잘못되고 있는게 아닌가? 의심스런 때가 있다. 말하자면 서울시의 도로행정은 시민을 위해서라기 보다, 다른 것 즉 자동차를 위해서 설계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표현이 지나치다면 자동차를 안타는 시민보다 자가용차를 굴리는, 하다못해 택시라도 이용하는 시민의 편리를 도모하기 위해서 도로행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자동차침선의 도로행정이기에 보행자들은 가진 굴욕적인 고통을 인내하지 않으면 도로를 이용할 수 없다.
시내 요소요소에 건설된 육교라고 불리우는 구름다리를 보라, 차를 쉽게 소통시키기 위해서 사람은 그 높고 위험한 구름다리를 기어오르 내리지않으면 안된다. 특히 비오는 날이나, 겨울 빙판에는 그 구름다리에서 적지않은 시민이 변을 당한다.
내 친구인 정홍교 형은 구름다리에서 실족하여 입원치료까지 하고도 6개월간 병상 신세를 지기도 했다. 로인이나 어린이에게는 정말 위험한 곡애다.
우리나라에는 자동차 신세를 안지는 시민의 수는 자동차를 부르는 시민의 비가 안될만큼 많다. 그 절대다수의 시민들이 소수 자동차족을 위해서 이렇게 위험을 무릅쓰며 희생을 강요당해야 한단 말인가? 사람의 권위가 차의 존재만도 못해서야 될 말인가?
요즘 신문 3면을 어지럽게 하는 허다한 자동차가 저지르는 사고! 철없는 어린이까지도 역살하고 달아나는 살인운전사들! 이것이 모두 인간의 권위를 무시하고 생명을 경시하는 정신에서 기원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적미선진국에서의 교통질서는 어디고 사람이 주다. 가령 횡단해서는 안될 거리에 행인이 나타났다 하더라도 차는 응당 정지하여 사람이 지나감을 기다리게 마련이요 운전사가 차를 멈추고 기다리는데 아무 불평도 없다. 생명은 기계보다 값비싸다는 생각이 철저하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거리는 사람보다 차를 우대하고 차를 위해서 우리는 모든 도로를 양보해야 한다. 사람을 제쳐놓고 침대받는 차들은 거침없이 거리를 메운다. 덕분에 차에서 무산되는「까스」에 우리는 코를 들수 없다.「뉴욕」같은데는 차를 몰고 시내에 들어오면 차가 겪는 불편이 자심하기 때문에 되도록 차를 몰고 시내에 들어오기를 꺼린다.「뉴욕」시의 공해가 서울시의 그것보다 훨씬 적다는「데이터」는 그 때문이 아니겠는가? 격심해지는「공해」의 해결을 위해서도 서울시 차침선정책이란 일항해야할 문제인 것 같다.
그뿐인가? 정부의 중요한 이슈로 내걸고 있는 사치풍조 일소를 위해서도 우리 시민이 차침선정책 때문에 자가용이 없이는 체면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어서야!
위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가용차라도 있어야 한다. 미국사람은 집집마다 차를 두고있지만 국민소득 2백불밖에 안되는 우리가 수천불의 소득을 얻는 부유한 국민들의 사치스런 생활을 본딸 수 있겠는가? 국내외의 식자들은 오늘의 미국의 사회적 병폐는 마치 멸망직전의 로마 제국의 그것과 흡사하다고 경고하고 있고, 그 우려되는 병폐의 하나로 미국의 사치풍조를 지적한다. 분수에 맞지않는 사치풍조때문에 국가가 멸망해서 되겠는가? 인간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서 공해문제를 감소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사치풍조를 막고 모처럼 찾은 나라를 보전하기 위해서 우리는 마땅히 우리의 교통행정에 일류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길은 생활에 직결된다. 옛날에는 우리에게도 맑은 가을하늘 밑에서 유유히 거닐 수 있는 길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길을 완전히 빼앗겼다. 우리는 그 빼앗긴 길을 도로 찾아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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