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백30세도 넘은 요한은 사막의 한 동굴에서 죽어가고 있었다.『태초에 말씀이 계셔…』로써 붓을 일으커『…그이의 이밖의 행적을 일일이 책에 쓴다면 그 책들을 다 넣을 곳은 이 천지 전부를 다해도 불족하리라』에서 탄식하며 붓을 던지고만 그 위대한「글」의 작자 요한이었다. 최근에 입교한 젊은 제자 4명이 그의 임종을 지켜보고 있었다. 미모의 청년이었던 요한의 일생은 휴식을 모르는 그의 소아세아지방 전교에 남김없이 다 바쳐버리고 박해와 결식과 과로에 늙어 뼈만 남은 그의 신장은 곱추등으로 굽어있었다. 아아 수없이 찾아갔던 그 도시들! 그 촌락들! 각지에서 얻어마신 무수한 냉수의 물그릇. 그 고마웠던 모든 우물, 샘들의 위치를 연결지우면 그것이 바로 요한의 머리속에서 소아세아의 지도가 되고 일기가 되었다. 추해자들의 추격을 피해 들어온 캄캄한 동굴속에서 노요한은 벌써 여러시간째 혼수상태에 빠져있었다. 지평선에 떨어지는 중추의 명월이 일조의 광명을 굴속의 요한의 얼굴까지 비춰주었다. 요한의 사리진 노령에 일어날 수 있는 마지막 일일 것만 같았다. 제자들은 요한이 죽기 전에 그 그리운 음성을 한번만 더 듣고 싶었다. 그래서 요한의 입술을 포도주로 적시고 이마를 청수로 씻어주었다. 그래도 요한은 깨어나지 않았다. 그들은 복음을 펼쳐 그 한 귀절에다 요한의 손가락을 집혀주고 그의 귀에다 그 귀절을 반복해 보았다. 『나는 부활이요 나는 생명이니…나는 부화…』그제야 요한은 잠을 깨고 제자들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요한은 비로소 입을 열어『아아 죽기싫다….다시 백년을 살았으면…』하였다. 의외의 말에 제자들은 답을 못했다.『…?』
그는 제자들의 손을 좌와 우에 몰아서 꽉 쥐고서 말했다. 『내가 이 지구에서 예수를 직접 본 마지막 인간이다. 장수한 덕분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 밤에 그 최후의 생증인이 땅에서 소멸하는 것이다. 내일부터는 『내가 보았다』할 자가 있을수 없다. 내가 살았을 때도 군중들은 내 말에 귀를 막았는데 어찌할꼬 천년 2천년 후면 누구의 말을 믿고 예수의 생애와 그 아름다운 진리를 따를것인가 요한이란 자가 실지로 있었다고…글쎄…하지 않을까. 나는 무슨말로써 후세인들에게 확신을 줄꼬…』아아 사막에서 우는 요한! 빈곤과 추해와 파막속에 예수의 가르침을 사수하려고 끝까지 몸부림치는 요한! 가가호호 충실한 우체부처럼 신의 편지를 전하는데 일생을 소모했건만 그래도 한이 남는 요한이었다. 그는 눈을 감고 깊은 명상에 잠겨있었다.「파트모스도」에서 처음으로 천주 예수를 만났던 그날 감격이 바로 어제일 같이 추억되었다.『수난을 피하시라』고 권유했다고 엄한 꾸중을 맞던 베드로 형님들의 일, 수난 당일 지상은 영원히 광명을 잃었다고 절망하여 언제까지나 십자가 밑에 서있던 자기자신의 젊었던 날…그날 모시고 온 하늘 어머니…모든 일들이 요한의 감은 망막에 그대로 재생되었다. 아니 예수의 모든 교훈은 이노구의 끝까지 스며들어 응결되어 있었다. 이때였다. 갑자기 제자 하나가 질문하였다.『요한! 죽기 전에 빨리 답해주오. 예수 가신 후는 왜 기적이 없나요?』『소년에겐 이빨이 생겼으니 모유가 필요없다. 과다한 기름은 도리어 등불을 죽이지 않더냐. 파종했을때 박은 말뚝은 씨앗이 싹텄으면 빼어버린다. (「요한서」위에 뼈마디만 남은 그의 손을 얹으며) 이젠 시간이 없구나…나머지는 내「복음」을 읽으라』고 하였다.
조금후 요한은 초인적인 힘을 내더니『나-여기서! 지금!-영원히 증명하니-』하고 호령하듯이 외치다가 숨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한참동안 굴에 웅장하게 울리더니 동굴밖으로 흘러 광막한 사막으로 울려퍼지는 것이었다. 제자들은 깊이 땅을 파고 요한을 사막에 묻었다. 잠 안오는 밤을 지새운 사제자는 다음날 예명에 죽은 스승의 사명을 띠고 동서남북으로 각각 떠났다. 그들은「소요한」들이었다.
▲지난호 787호 일요한담「요한 일야전」의 요한의 살찐 노안을 사리진(여윈, 마른) 노안으로 정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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