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겨울철이 인간이 자연과 생존관쟁을 하는 계절이라고 한다면 봄철은 생명의 향유와 생명에 대한 애착이 뒤범벅이 된 복난한 계절일테고 여름은 인간이 땀흘린 결과를 놓고 시험발표날을 기다리듯 가슴태우는 계절이라 할 수 있다. 유독 가을철만은 결과야 일성하든 비참하든 간에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지나온 길을 착잡하게 훑어보며 사안에 잠겨야하는 계절이라서 독서가 필연적인 산물이 된상싶다. 독서의 계절을 맞아 가톨릭이 운영하는 학교들의 참모습을 독서의 영역에서 고찰해 보는것도 의의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최근 가톨릭이 운영하는 학교의 도서실 현황에 대한 본사의 조사결과를 하나 하나 분석해 볼 때 너무나 한심한 현상에 놀라지 않을수 없다. 비극적인 현황에 대한 학교당국의 구구한 경과해설은 차치물론하고 교회에서 그리스도의 사상전달을 위해 힘써 발간하고 있는 서적들을 총권수로 따져봐야 수백권에 미달토록 비치해 두었다는 사실은 도저히 학교당국자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몇권 안되는 책이라도 그나마 대부분이 10여년전에 발간된 교리서적들을 사두고는 학생들이 읽지를 않으니 가톨릭출판사가 반성을 해야한다는 말을 앞세우고 있다고 한다. 물론 본풍은 출판사측을 두둔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출판사 측의 좀 더 효과있는 출판을 수차 강력히 요구한 적도 있었던 것이다. 또한 교회서적 부족현상과 독서 기피현상의 책임을 송두리채 학교당국에만 뒤집어 씌우려는 의도는 더 더욱 아님을 밝혀둔다. 다만 지금의 출판현황만으로도 좀 더 효과적인 침투를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학교 당국이 보이고 있는 가톨릭서적에 대한 자연적인 거부현상에 대해 몇가지 반성을 촉구하고자 할 따름이다.
첫째 극소수의 학교를 제외하고는 가톨릭서적의 구입을 10년 가까이 거의 단절하다시피 해놓고도 일방적으로 출판현황에 대한 비판만을 일삼고 있다는 것은 학교당국자들이 도대체 그 학교가 가톨릭교회 운영하에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을 자아내고도 남음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놓고도 『학생들이 재미가 없다고 한다』느니『교회서적은 너무 딱딱하다고 읽지 않으려고 한다』는 등의 변명을 할 체면이 있는가?
둘째 교회서적의 내용에 대한 그들의 비판에 신빙성이 없다는 점이다. 『즉 10년 가까이 자기책임하의 복음전달을 위해 교회서적한 권 성의있게 구입해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얼마나 교회서적을 탐독했던가는 본인이 반성해봐도 낯간지러울 정도의 의심가는 얘기일게다.
교회출판이 규모의 영세성 때문에 위소일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때 수10개교의 가톨릭학교들이 수10부씩 구입한다면 교회출판사와 같은 비영리적인 사업은 당장에 큰 활기를 띠울 수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 책의 종류와 내용도 지금보다 훨씬 더 현실에 맞게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몇푼의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교육적인 면에서 볼 때 결코 이롭다고 할 수 없는 부독본을 반강제로 대량구입하는 교육풍토가 이땅에 교육부재현상을 조장하고 있다는 한심스러운 현실에 교회학교도 남에게 뒤떨어질세라 쫓아가면서 교회서적 구입에는 까다로운 조건들을 내세우고 있다는 사실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않는다.
또한 10여년전의 교리나 전례련계서적 몇 권을 비치해놓고 현재의 교회서적내용을 비판하는데 급급하는 분들의 양심에 호소해보고 싶다. 최근 천주교중앙협의회가 교회서적보급을 위해 마련한 교회서적 고정구독제만 보더라도 구독자들이 개인의 비용으론 힘에 겨울만큼 책이 출판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회가 운영하는 학교마다 10구좌정도씩만 확보해놓더라도 출판업을 맡은 교회당국은 독자의 독서경향을 반영시켜 볼 수 있을만큼의 여유를 가질 것이다.
개미 쳇바퀴식의 책임전가는 전교회의 몰락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겠다. 내용비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비록 종류는 많지 않다고 하더라고 사춘기의 청소년들이 즐겨읽는 일인칭 및 3인칭으로 된 전기형식의 인생론들이 비교적 많이 나오고 있을뿐 아니라 사상부재의 현대인들에게 폭넓게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체험담식의 쉬운 사상단행본들이 근간모고의 광고란을 심심찮게 메꾸고 있는 것이다.
금번 본사조사에서 반영된 어설픈 학교측의 변명들은 교회출판물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을 뿐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너무나도 이상적이긴 하지만 본란은 교회서적 보급을 통한 교회학교의 진정한 발전과 교회서적 활용을 통한 그리스도 복음전달에 있어서 몇가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교회서적의 독서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는 선전방법이 과감해야 할 것이다. 즉 신간교회 서적을 제때에 구독하고 나아가서 도서관의 구입도서 전시를 효과적으로 할 것과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착실한 교사나 상담선생의 독후감 내지는 추천의 말을 첨부했으면 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참된 인격교육의 가능성을 개척하는데 첩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날로 쇄진해가는 교권의 재확립에도 크나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평소에 양심적이라는 정평이 있는 선생들을 중심으로 하여 독서클럽을 조직하고 좀 더 무게있는 종교서적이나 종교체험을 다룬 종교교양서적들을 읽히고 독후감을 교환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나간다면 인격의 자발적인 확립과 인간의 진정한 가치발견이라는 차원높은 교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하게도 한 두 학교는 교회서적의 구입과 선전에 다소 숙의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은 전반적인 무관심속에서나마 한줄기의 위안을 던져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극히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학생들의 구독경향을 그토록 심각하게 파악하고 있는 학교당국들이 주축이 되어 학생들의 기호에 맞는 책들의 출판을 서둘러보면 어떨까하는 기대도 있을수 있는 것이다. 아니면 그러한 책들을 피정하여 출판을 독촉하거나 최소한 독서경향에 대한 자료수집이라도 성의있게 출판계에 전달해줄 수 있었으면 한다.
가톨릭교회의 생명은 서로가 이기적인 입장에서 책임을 따질때 허무하리만치 빠른 속도로 무기력해진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다시한번 새겨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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