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귀의 본명은 무엇이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아득한 그 옛날 그가 아직 하늘에 있으면서 미카엘ㆍ라파엘ㆍ가브리엘들과 같이 대천사의 신분으로 혁혁한 중책과 공능을 갖고 대간부중에 대간부로서 찬연히 빛났던 그의 옛이름을 지금 알고있는 사람은 학자중에도 박사중에도 없다. 과연 그의 이름은 무엇이었던가? 「사탄」은 물론 그의 실명이 아니다.「적대자」의 뜻이며 하느님께 대역을 감행한 이후에 붙은 이름으로 세의「항명자」라는 뜻과 꼭같다. 거기에는 악의 뜻도 죄의 뜻도 내포되어 있지않다. 수난 직전에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야단하시던 그「사탄」(抗命)은 마귀를 뜻하시지는 않았다. 그래서 마귀에게 후세에 와서「루시파」(明星)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이사야」14의12에 『새벽의 아들 명성이여 어찌하여 너 하늘에서 떨어졌느냐』하는 구절을 마귀에게 적용시켰던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물론 이사야서가 마귀를 두고 말한것이 아님은 14장을 읽어보면 곧 알 수 있다.
결국 불과 유황과 흑풍의 나라의 이 군주의 본명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는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엄연히 도처에 존재하고 있다. 그는 모든 나라의 국적을 제1호로 갖고 그 나라의 특호의 여로으로 극동에서 극서로 남극에서 북극으로 자유자재로 출입국하며 지대한 관심을 갖고 나라마다의 정치 사회 문화 생활전면에 걸쳐 주야로 쉬지않고 간섭하노라 로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아메리카의 백인들이 맨처음에 인디안을 죽일때 거기있었고 그들의 노예선이 콩고로 향발하던 날 그 배의 뱃머리에 타고 있었다. 1914년에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활과 창과 들을 쓰지않는 소위 과학수을 총지휘하였고 2차대전때는 힛틀러의 참모실의 고문관으로 활약하며「아우슈빗쯔」「닷하우」수용소에서 제2의 지옥을 구현하는데 대성공하였다. 태평양전쟁때는일본에 본거를 두고 있다가 전쟁이 끝나자 38선 임지로 급거 부임하여 있더라. 6ㆍ25 4년의 격전을 터뜨릴수 있었던 수완가였다. 생각하면 두차례에 걸친 세계의 대전은 그의 존재의 보람을 느끼게 한 크나큰 쾌사였다. 그러나 그의 실명의 경위는 의연히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어찌하여 본명을 잃었느냐? 수수께끼를 푸는 실마리를 그의「실명이라는 사실」에서부터 잡아보자. 성서에는 그의 이름이 없다. 그것은 생명의 서에서「말살」된 것을 의미한다. 이름은 그 실재를 뜻한다. 하늘의 명단에서 그의 실재가 영원히 말소되고 만것이다. 그것은 천주께서 하신 일이기에 철저, 완벽의「말살」이었던 것이다. 신학의 천재를 총집하여 연구하여도 그 이름만은 영원히 알 수 없게끔 흔적도 종적도 남기지 않고 무로 돌려버리신 것이다. 그 옛날 은총하에 서 있을 때의 그의 위대한 그 이름은 아무도 이제부터는 영원히 알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의 이름을 사람은 입술끝에도 올려보지 못하도록 처치하신 것이다. 그는 다시는 그의 하늘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고 또 고향도 그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마귀의 이름의 수수께끼를 풀었다. 위대했던 옛 천사 루시퍼여! 나의 이 해답이 옳으냐 말해다오! 그리고 루시퍼여! 나는 한마디만 더 그대에게 말하고 싶다-『「천사」여! 눈을 들어 그대의 옛 고적을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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