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교구 사제 대의원회에서는 지난 10월 8일자로 분과위원회 시행세칙을 공문으로 발표하였다. 이 시행세칙의 작성과정을 알아볼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상당한 심려를 기울여서 작성했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이 시행세칙중에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사제 인사관리의 규정이라 하겠다. (본보 788호 참조) 이 규정에 의하면 본당 주임신부는 한 본당에서 부임일로부터 3년안에는 이동될 수 없고 5년 이상 유임할 수도 없다고 했고 또 교구를 도시와 농촌 사목 지구로 나누어서 같은 지역에서 연 2회 이상 속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이 시행세칙이 발표된데 대하여 찬성을 보내는 바이다. 사실 어디서나 교구행정의 두 기둥을 이루고 있는 것은 인사행정과 경제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있다. 그래서 인사와 경제는 사제들 간의 불만과 알력과 여려가지 불미스러운 사건의 씨도 될 수 있고 또 화목과 평화의 씨도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때 인사와 경제는 화목보다 불화의 원인이 되는 때가 더 많지 않는가 하는 느낌이다. 그 이유는 물론 여러가지가 있겠다. 교구장들의 인간성에서 오는 원인도 있을 것이고 사제들의 순명의 정신이 점점 감퇴되기 때문에 발생되는 원인도 있을 것이고 역사의 변천이 군주주의시대로부터 민주주의시대로 바꾸어진데서 생기는 원인도 있다. 그리고 가장 중대한 원인은 일반적으로 신앙이 약해진 탓이 아닌가 생각된다. 여하간 현실을 무시할순 없다. 앞으로는 교구장과 교구참사위원 또는 인사위원들이 어떤 사정된 인사규정에 의해서 사제들의 인사문제를 취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자칫 전체 교구행정에 큰 타격을 초래할 위험이 따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사원칙은 사제들 각자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교구장이나 인사위원에 의한 인사행정은 인간감정이 개입될 수 있으나 규정에의한 인사행정은 객관적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감정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규정에 의한 인사행정도 여러가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왜냐하면 너무 원칙만을 내세우다보면 교회가 가장 보배로운 것으로 여기는 인간성이 말살될 수 있고 또 교구나 개인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라띤」어 격언에 SUMMA JUSTITIA. SUMMA INJURIA라는 말이 있다. 말하자면 정의만을 찾는 곳에는 불법행위가 만연된다는 것이겠고 규칙을 따진다면 비인간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바오로 사도도 법은 죽이고 정신은 생명을 준다고 하였다. 사제들도 이 인사원칙을 실천하는데 있어서 사랑의 정신, 봉사의 정신, 순명의 정신을더 많이 발휘해 가면서 실천해야 할 줄 믿는다.
더구나 이번 대구대교구의 인사규정은 너무나도 간략하다. 앞으로 시행해 가면서 많은 애로를 느낄줄 믿는다. 그러나 그때마다 원칙을 살리면서 예외를 받아 들일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 세밀하고 세분된 인사규정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험을 통해서 인사규정을 완성될때까지 수정하고 개선해 가야할 줄 믿는다.
끝으로 우리가 아는바에 의하면 이미 어떤 교구에서 인사원칙을 만들기는 하였지만 그것이 실천단계에까지 도달해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대구대교구의 인사규정 시행을 한국교회에서는 상당한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한국교회의 모범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 뜻에서 이번에 발표된 인사규정의 올바른 시행을 바라고 더 큰 발전을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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