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더위가 있었고 길바닥의 돌까지 깨는 듯한 추위가 있었다. 귀여운 여자의 이름이 붙은 무서운 폭풍우가 해마다 한번씩 찾아와서는 산천을 상대로 그 골수에까지 멍들도록 강타하면서 소리소리 지르며「심판」하고는 돌아갔다. 실로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공포였다. 이 악녀가 모진 치맛바람을 날릴 때는 의례히 악몽같은 무거운 붉은 홍수가 그녀에게 협조하여 가옥과 농토와 그리고 그 농민을 무슨 벌레들의 목숨처럼 휩쓸어갔다. 대화는 재나 흙이라도 남기는데 홍수의 폭력은 모든 것을 무로 돌리는 비도였다. 역질이 있었고 해소이 있었고 사고와 실수에 의한 불행한 죽음들이 있었다. 또 사람이면서 비인화되어 광난처럼 맹목이된 자의 무서운 발악도 있었다.
우리는 이 모든 폭학에 대하여 느꼈다. 『인간이 인간을 지키는 방비가 이렇게도 빈약한가』하고. 지금 여기서는 전쟁은 생각않기로 하겠다. 생물들이 다같이 생물이면서 서로가 서로를 먹이로 삼고 주린배를 채우기 위해 죽이는 것을 본다. 이 상태를 보는 것은 그들의 식성이 비록 그렇다 할지라도 또 동물계의 일이라 할지라도 결코 보는 마음에 쾌하지는 않다. 아니 고통스럽다. 「산다」는 것과「죽인다」는 모순된 행위가 동시에 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아 한 마리의 개구리가 피도 눈물도 없는 대자연의 냉혹한 현실을 말해준다. 개구리가 벌레를 잡아먹고 뱀이 개구리를 잡아먹고 또 어떤 야수나 독수리가 뱀을 잡아먹고…또 사람이 소를 잡아먹고 소가 풀을 먹고 풀이 물을 먹고…또 벌레가 풀을 갉아먹고…이 포식의 층계는 뼈없는 미생물로부터 고급 척추동물인간까지 연쇄되어 있다. 자연의 풍토에서 눈을 돌려 사람의 사회의 풍토를 본다. 거기도 마찬가지의 현상이있다.「지도자」인데도「지도자」라고 불러주기 싫은 일부의 지도자들이 거기에 있다.
그들은 옷을 입고 대형차를 타고 다니는 큰 저택을 소유한「독수리」로 화한 자들이다. 그들은 옷을 입고 전화를 거는, 서류에 도장을 찍는, 미희와 술을 마시고 있는「큰뱀」「작은뱀」들임을 스스로는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차도 없이 제 발로 걸어다니는 무수한 옷 입은「개구리」들은 뱀들의 일거일동을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고 있는것이다.「무모한 공격을 피하고 차라리 짓밟히면서 살아있자」가 이제는「개구리」의 체질화 된 철학이 되어버렸다. 지난 10월 9일에 대구에 있는 효성여대에 오셨던 예수님께 우리는 울면서 신의 정의와 우주의 목적과 인생의 의의를 따진바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알았다. 주님의 은총이 아직은 이 우주의「모순」투성이 속에 놓여있음을 동물과 동물사이의 모순, 사람과 동물, 사람과 사람사이의 모순, 부조화를 보고서 신의 정의를 의심하는 쪽에 서느냐 않느냐는 결국 사람의 신앙에 달려있었다. 우주가 허물어져 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우주가「혼돈」이 아니고「질서」이기 위해서는 죄없는 수천명의 생명을 일조에 앗아가는 해일의 폭을 보면서도 우리는 신의 길의 정의를 변호해야만 했다. 그들은 무죄하나「원죄」가 있었다. 그러면 모든 부조화의 해소의 열쇠는 결국 인간과 신과의 부조화의 해소에 있었다.
그것이 세계의 부조화를 제거하는 근본이었다. 그렇다면 특히 지도자들이여 그대들은 왜 독주하면서「혼자만의 행복」을 추구함에 그다지 급급하느냐.
「행복」은 결코 사람을, 인생을 완성하지 못한다. 그것이 행복의 맹점이었다. 인생을 완성시키는 것은 사랑이다. 그대들은「개구리」들이 사랑하는 연잎이 되어다오. 연못의 등불처럼 고결하게 피는 연꽃이 되어다오! 약한 개구리들은 독류에 피로하여 연잎과 연꽃을 기다린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