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의 국제정세는 날이 갈수록 가속적으로 유동하고 있다. 그 물결속에서 지난 10월 25일 밤(한국 26일)의 UN총회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큰 사건을 의결했다. 온 세계의 화제가 된 중공의 UN가입과 자유중국의 축출을 가결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연합군의 승리로 돌아오자 전쟁을 단죄하고 평화를 보장하는 UN이 탄생했던 것이다. 그 산모역의 하나가 바로 자유중국의 장개석 총통이었고 아직 생존하고 있는 유일한 산모이기도 하다. 그 장 총통이 이끄는 자유중국이 중국대륙에서 쫓겨났듯이 UN에서 쫓겨나고 그 자리를 중공이 차지하게 된것이다. 그 자리는 비단 UN총회의 의석일뿐 아니라 UN의 가장 중요한 심장구실을 하는 안전보장 이사회의 영구 이사국인 5개 상임이사국의 하나로서의 자리이기도 하다.
오늘 의UN은 안전보장 이사회에 의하여 그 기동력이 발휘되고 안전보장 이사회는 5개의 상임이사국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셈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미국과 소련과 중공은 UN의 3각과 같은 기능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는 것이 세계의 여론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세계 정세는 그 3국을 기축으로 하는 대립과 협상 분열과 제휴의 부조화속에서 그 운명을 결정지우려 들 것으로 내다본다. 이미 UN주재 미국대사는 미국과 소련과 중공의 3국 체제를 승낙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고 중공은 부의상이 12명의 대표단을 이끌고 UN본부로 간다는 소식이다.
세계평화는 UN이 짊어진 지고한 사명이다. 그러나 아직도 그 사명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동안 강대국에 의한 약소국의 무력침략이나 대전의 발발을 저지하고 저개발국가들을 원조해온 공로는 높이 평가된다.
그러나 그것이 곧 평화라고는 할 수 없다. 아직도 동서진영이 반목한 가운데 곳곳에서 총성을 멈추지 않고있다. 평화를 위한 상호이해와 협조가 이루어지기까지에는 많은 숙제들이 남아있다. 그 사상적 대립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난관을 겪어야 할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 UN내에는 공산세력이 급속도로 증가되어 가고 있다.
이와같은 국제정세의 변화는 필연코 우리나라의 앞날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것이다. 우선 북괴의 국제적 발판이 중공의 UN가입으로 인해 더욱 굳어질 것을 우려하지 않을수 없다. 우리의 숙원인 국토통일 문제가 양상을 달리할 가능성과 그 결단의 시기가 급속히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의 기민한 정세판단과 이에 대응하는 대책을 긴급히 세워야 할 것으로 안다.
UN이 세계분 단국가의 쌍방을 함께 UN에 가입시키자는 경우에 취할 우리의 태도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겠고 통일을 위한 남북 총선거를 실시하자고 할 때에 모든 혼란을 극복하고 자유민주주의의 승리가 보장될수있는 태세를 지금부터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위해 우리교회는 먼저 복음을 통하여 국민의 마음속에 진실한 평화를 심어주어야 하겠고 공산주의의 단죄와 인간애를 구별할줄 아는 슬기를 깨우쳐야 하겠고 특히 공산주의가 걸어온 역사속에서 그들의 기만정책과 단계적 혁명투쟁의 산 증거를 들어 그 허위성을 밝혀주어야 할것이다. 공산주의의 이론이 지니고있는 비인도성이 단죄되어야 함은 물론이나 그보다도 더 큰 문제는 그들의 무자비한 정치투쟁을 고발하고 기만적인 정치수단에 속지않도록 계몽시켜야 한다는데 있다.
공산주의 혁명이 역사는 도처에서 볼세비키의 단계적 혁명투쟁을 반복하여 왔다. 백성앞에 처음 내세우는 그들의 구호와 정책은 무엇보다도 백성들의 환심을 사는데 있다. 그들의 내심의 목표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구호들이다. 그러나 그 구호와 정책은 그들의 조직과 세력의 증대와 더불어 단계적으로 표변하여 왔던 것이다. 오늘의 영웅이 다음 단계에 가서는 숙청의 대상으로 바뀐다. 오늘의 구호에 충실한 자는 그 구호가 바뀜에 따라 반역자로 낙인을 찍히게 된다. 그래서 공산주의 역사가들은 전번 연금중에 죽은 전 소련수상 후르시초프를 두고 공산주의 국가에 보기드문 제 명에 죽은 행운아라고 말하고 있지 않는가. 이와같은 비인도적 정치와 단계적 숙청은 특히 중공이나 북괴와 같이 교조주의를 표방하는 공산주의 국가에서 더욱 격심하다는데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불행중 다행으로 공산주의 위성국가 중에는 점차 자유주의로 기울어지는 국가들이 나타나고 있다. 소련의 정책도 스탈린시대까지의 정책보다는 많이 완화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적어도 중공과 북괴는 아직 가장 잔인한 공산주의 초기정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중공이 UN의 상임이사국으로 등장하게 된 지금에 와서는 먼저 인간의 존엄과 사상ㆍ종교의 자유를 바탕으로 하는 모든 자유주의 국가들의 결속만이 세계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첫째 과제라고 하지 않을수 없다.
우리가 바라는 진실한 세계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만을 두고하는 말이 아니다. 적오도 세계의 정치지도자들이 복음을 따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일치되지 않는한 지상의 평화는 보장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계평화가 얼마나 교회적인 사명인가를 거듭 명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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