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교회가 네번째로 맞는 평신도의 날이다. 네번째밖에 되지 않는 평신도의 날이지만 벌써 어느정도 연례행사로 되어버렸고 따라서 그 의미도 희박해지는 감마저 느끼게 되었다. 이날 전국의 상당수 본당에서는 평신자가 강론을 하고 주일헌금을 평신도 운동을 위해 바치고 또 평신도 협의회 총재주교의 메시지가 발표된다. 그리고 평신도의 의무와 권리를 재삼 강조하게 된다. 그런데 실상에 있어서는 이날의 행사가 평신도 운동에 별로 큰 변화나 혁신을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시인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이미 본란을 통해서 평신도 운동에 대해서 여러차례 언급한 바가 있기는 하지만 다시 한번 평신도 활동의 부진성의 이유는 나변에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제2차「바티깐」공의회가 교회내에서의 평신도의 위치를 밝혀준 이후 수세기 동안 교회의 권리에 참여하지 못한 탓인지 평신도 운동은 상실한 권리를 다시 찾는 운동으로 착각하는 수가 흔히 있는것 같다.
그래서 평신도 운동을 성직자가 갖고 있는 권리를 이양받는 운동으로 이상하게 변질되어버리는 수가 있었다. 이것은 교회내에서의 평신도의 위치를 완전히 망각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평신자들의 권리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권리이다. 이러한 권리는 아무에게나 주어진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것은 성직자나 평신자나 할것 없이 크리스챤으로서 그리스도에게 받은 가장 고귀한 권리이다. 이 권리가 고귀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크리스챤은 그리스도에게 대한 신앙이 없는 크리스챤이다. 마치 신앙이 이 세상의 가치관을 올바로 세워주듯이 신앙있는 평신도는 자기의 권리의 올바른 가치를 인식하게 될것이며 그와 반대로 신앙이 얕은 평신도는 쓸데없는 권리주장으로 교회내에 물의를 일으키고 분렬을 조장하는 선동분자가 되고 말것이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권리는 우리 의무의 원천이 된다.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은혜는 반드시 의무로 변하게 마련이다.
평신도에게 이렇게 큰 권리가 부여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의무가 중대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신도가 자기의 권리를 주장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자기 의무를 어느정도 완수했는지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할것이다. 우리한국 교회의 장래는 한국의 평신도 각자가 어느정도 자기 의무를 완성하는가에 달려 있는것이다.
그러면 평신도의 의무는 어떻게 수행되어야 하는가? 여기에는 두가지 면을 고려해야 한다. 그 첫째로는 교회 내에서의 평신도의 의무이다. 제도적으로 지금까지 성직자가 해오던 일을 이양받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교회를 적극적으로 사랑하고 교회를 성장시키는데 전력하며 자립으로 운영해가도록 협력해야 할 것이다.
교회에 의존하는 정신을 불식하고 교회를 위한다는 정신을 키워야 할 것이다. 물론 성직자들과 인간적으로 충돌되는수도 간혹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교회는 누구의 교회이겠는가? 성직자의 것도 평신자의 것도 아닌 그리스도의 것이라는 것을 서로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적인 문제들을 초월해서 교회로부터 성사를 통해 신앙을 받고 또 아직 신앙의 혜택을 받지 못한 자들에게 신앙을 전달하는데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것이다.
아직도 이 분야에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있지 않는가?
둘째로는 평신도들의 대사회 활동이다. 공의회의 교부들은『평신도 각자는 세속에 대하여 주 예수의 부활과 생명의 증인이어야 하고 육신안에서의 영혼의 역할을 세속안에서 완수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이 같은 가르침속에 평신도의 막중한 의무가 잘 표현되어 있다. 민족의 구심점이 될 사상을 아직도 정립하지 못한채 물질주의와 부정부패가 만연된 현실사회는 평신도의 의무수행을 더욱 재촉하는 것 같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파견되어 진리를 전달하는 것을 지상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사회내에서의 이 의무수행은 평신도만이 갖는 특전인 것이다. 교회는 구호로만 사회정의를 외칠 수 없다. 평신도 각자가 자기가 처해있는 직장과 단체와 가정에서 이 정의를 구현함으로써 교회는 올바르게 사회참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제4회 평신도의 날을 맞아 평신도의 활동이 교회안에서나 교회밖에서 더욱 활발해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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